프랑스 작가 눈에 비친 '경이로운 한국인'

‘한국인은 글을 쓸 때 왜 새끼손가락을 바닥에 대고 쓸까?’ ‘한국사람들은 달릴 때 왜 몸통에 팔을 붙일까?’ ‘한국에서는 주사를 맞을 때 간호사가 왜 엉덩이 볼기를 때릴까?’ ‘한국에서 시집들이 잘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랑스의 작가이자 번역가, 문학평론가인 장클로드 드크레센조가 쓴 <경이로운 한국인>은 정작 한국인이라면 너무 당연해서 생각도 안 해봤을 일상을 외국인의 관점에서 고찰한 책이다. 한국과 프랑스에서 최근 동시에 출간됐다.

저자는 소위 말하는 '한국 덕후'이다. 2002년 엑스마르세유대에 한국학을 창설하기도 했다. 한국 문학을 사랑해 한국인 배우자와 함께 김애란 소설 등을 번역해 프랑스에 알리고 있다. 이 책에는 이런 저자의 한국에 대한 열정이 가득 담겼다. 한국인의 행동 하나하나를 이해하려고 시도하는 저자는 "한국인은 놀라움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한국인의 언어 습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한국 사람들은 식사를 대접할 때 '많이 드시라'는 말을 가장 자주 한다. '많이 잡수세요' '천천히 많이 드세요'라고 말하는데, 외국인 입장에서 이는 당혹스럽다는 점을 되짚어 본다. 그는 한국인의 이런 화법에 '처음 본 외국인에게도 무한한 인정을 베푸는 문화'가 담겨 있다고 분석한다.

저자가 한국의 병원에서 엉덩이 주사를 맞았던 일을 당황했던 경험으로 꼽은 점도 흥미롭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엉덩이 근육 밑으로 중요한 신경이 지나가기 때문에 자칫 위험할 수 있다고 엉덩이 주사를 놓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에서 엉덩이 주사가 선호되는 이유는 큰 근육이 분포해 통증이 덜하고 흡수율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나라별 차이점에 대한 서술을 읽는 재미가 있다.

저자가 무엇보다 한국을 경이롭게 보는 이유는 IMF 외환위기 당시 온 국민이 금을 모아 국가 부채를 갚는 등 나라가 어두울 때 가장 밝은 것을 들고나오는 국민성을 꼽는다. 위기에 처할 때 힘을 모아 슬기롭게 극복하는 데서 한국인의 저력이 나온다고 평가한다. 우리의 모습을 타인의 시선을 통해 보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아는 얘기인 듯 하면서도 새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설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