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中 견제 메시지…트럼프 폭주에도 '안보 협력'

중국 "트럼프 관세 폭주에 같이 맞서자" 러브콜에도
한국 일본, "안보는 자유진영 우방과 함께"
한미일 3국 외교수장이 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외교장관회의를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태열 외교부 장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 / 사진=연합뉴스
한미일이 대만 포위 훈련을 벌인 중국을 겨냥해 '힘·강압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고율 상호관세를 부과한 직후에 이뤄진 회의였지만, 한미일 공조는 변함없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로 평가된다. 앞서 중국 공산당은 관영 매체를 활용해 "지난달 30일 개최된 한일중 경제통상장관회의를 계기로 3국이 미국발(發) 관세 충격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반대"

한미일 외교장관은 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외교장관회의 참석 계기로 3자 회담을 갖고 이 같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지난 2월 독일 뮌헨 안보회의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만났다. 한미일 3국은 외교장관회의 공동성명에서 "도발적 행위, 특히 최근 대만 주변에서의 군사 훈련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불안정을 가중시키는 행위의 중단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도발적 행위의 주체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전날까지 대만포위 훈련을 진행한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대만의 적절한 국제기구에의 의미 있는 참여에 대한 지지' 문구 역시 지난 2월 성명에 이어 이번에도 담겼다. 이 밖에도 공동성명에는 중국을 염두에 둔 다양한 메시지가 포함됐다. 장관들은 "남중국해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수역에서 불법적 해양 주장이나 힘 또는 강압에 의한 어떠한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한다"면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유지하고, 항행·상공비행의 자유와 여타 합법적인 해양 이용을 포함해 유엔해양법협약에 반영된 국제법이 우선해야 한다는 약속을 강조했다"고도 밝혔다.

북한에 대해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대북 제재 체제를 유지·강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증가하는 러시아와 군사 협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했다. 이 밖에 북한의 사이버 범죄행위와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및 이산가족 문제 해결 의지도 재확인했다.

트럼프 '관세 폭탄'에도 경제 협력 메시지

이날 회의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다음 날 이뤄졌다.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 부속서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에 26%, 일본에 24%의 상호관세를 각각 부과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이날 성명문에선 "경제적 강압과 불공정 무역 관행에 단호히 대응하여 자유롭고 공정한 국제 경제 질서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한미일은 또 미국 액화천연가스(LNG)와 여타 에너지 자원 및 기술에 기반한 에너지 안보 및 에너지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중국이 장악한 핵심 광물 및 기타 필수 공급망에 대해서도 다변화 노력을 지속하고, 핵심·신흥 기술의 개발·보호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

최근 미 정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하면서 논란이 됐던 에너지 부문에서도 선진 민간 원자로 개발·도입 공동 노력을 가속하기로 했다. 미 해군 전력 보강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장관들은 "해양 선단·조선업·역량 있는 인력 토대 해양 안보·번영을 실현하기 위한 공동 노력 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다만 외교부는 "조 장관은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며 "향후 미국이 관세 조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동맹에 대한 함의, 긴밀한 한미일 안보협력의 측면, 경제협력, 대미 투자실적 등을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