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12년 만에 이런 비수기는 처음"…헌재 인근 '올스톱' [현장+]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부근 한 음식점이 임시휴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저녁 손님이 두 팀 뿐이었어요. 장사 12년 만에 이런 비수기는 처음이네요.”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한 한식당 업주는 이 같이 말했다. 이 식당은 헌법재판소 인근에 위치했다. 주인 김모 씨(56)는 “헌재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건 당분간은 영업이 어려울 것 같아 휴업 고민 중”이라며 “일단 내일(4일)은 가게 문을 닫기로 했다”고 말다. 그는 “4월은 어떻게 버틸지, 월세는 낼 수 있을지 고민”이라며 하소연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3일 서울 종로구 지하철 안국역에 우회 통행로 안내가 게시돼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4일 헌법재판소 인근 식당·카페 등 인근 상인 상당수는 업장 문을 닫았다. 경찰이 이날 경찰력을 100% 동원하는 '갑호비상'을 발령하고 헌재 반경 150m를 차벽과 펜스 등으로 통제하면서 이 일대는 말 그대로 '진공상태'다. 사실상 영업이 마비될 상황이라 선고 당일 휴업을 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해서다.

안국역 인근에 위치한 우체국과 식당, 카페 창문에는 '4일 임시 휴업'을 안내하는 공지가 붙었다. 한 은행은 안전사고를 대비해 출입구 양옆 창문에 '출입 금지' 테이프를 붙여둔 모습이었다.

상인들은 선고 당일 안국역 전 출입구가 폐쇄되고 헌재 주변 기업들도 재택근무를 실시하면서 유동 인구가 줄어들 것을 고려해 휴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영업을 결정한 상인들도 상황에 따라 조기에 영업을 종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안국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 씨는 "안국역 출입구가 전부 폐쇄되니 영업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보상은 받을 수 있을지, 가게는 안전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선고 당일 문을 열기로 결정한 식당들도 걱정은 있다. 근처 백반집 직원은 지난 3일 “사장님이 혹시라도 위험한 상황이 되면 바로 장사를 접자고 했지만 그렇게 빨리 대처가 되겠느냐. 신랑과 가족들이 출근하지 말라고 말리는데 고민이 된다”고 걱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기일인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거리 통행이 통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광화문 소재 기업들은 헌법재판소 인근 집회와 돌발 상황 가능성에 대비해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하거나 휴가 사용을 권장했다. KT는 광화문 사옥 근무자를 대상으로 3일 오후부터 재택 근무를 권고했다. 광화문역 인근에 본사를 둔 LX인터내셔널 역시 이날 전직원 재택 근무 방침을 사내에 공지했다. 종로구 LG광화문빌딩에 입주해있는 LG생활건강은 시위 등에 대비해 직원들에게 휴무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대한항공도 서소문 사옥 직원들에게 휴가 사용을 권고했으며 필요시 강서구 본사로 출근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지자체들은 영업 피해를 겪고 있는 관내 소상공인 구제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종로구는 관내 식당·한복대여점·카페·주점 등 50여곳의 ‘표본 상점’을 대상으로 올 3월 매출과 지난해 3월 매출을 비교 조사한 자료를 공개했는데, 조사 결과 표본 상점 대부분이 전년 대비 50%가량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주고객인 한복대여점과 기념품점 등은 80%까지 매출이 감소했다. 일부 상점은 “폐업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