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호관세 쇼크…동남아에 공장 둔 유럽 소매기업 주가 급락

캄보디아 49%·라오스 48% 등
예상 뛰어넘은 고율 관세 부과에
동남아 생산기지 둔 기업들 타격
아디다스·판도라 주가 약 10% 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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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상호관세 정책으로 동남아시아에 생산 기반을 둔 글로벌 기업들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아디다스 주가가 10% 하락하는 등 유럽 소매기업 주가도 폭락했다. 유럽 기업들이 미국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대부분의 상품은 미국이 높은 상호관세를 부과한 동남아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충격적인 상호관세 발표 이후 유럽 증시가 폭락하면서 스포츠·주얼리 등을 판매하는 유럽 소매업체들은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개발도상국이 밀집한 동남아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지역으로, 많은 유럽 기업들이 이곳에 생산 기반을 두고 있다.


캄보디아는 수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의류·신발 공장에 약 100만 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미국은 캄보디아에 49%의 가장 높은 관세율을 적용했다. 라오스는 48%, 베트남은 46%, 태국은 36%, 인도네시아는 32%의 관세를 부과받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산정 방식은 고율 관세가 부과된 국가들의 서비스 무역과 낮은 구매력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스리랑카와 방글라데시 역시 예상보다 상황이 훨씬 나쁘다고 평가했다.

상호관세 발표 이후 유럽 소매업체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보석 제조업체 판도라는 이날 11% 급락했다. 판도라의 제조 및 세공 시설은 동남아는 물론 중국, 일본, 인도, 남미, 북미, 유럽 등지에 걸쳐 있다. 독일 스포츠 의류기업 푸마와 아디다스는 각각 11%, 9.7% 하락했고, 영국의 JD스포츠는 5.5%, 신발 제조업체 닥터마틴은 5.9%, 영국 명품기업 버버리는 6.2% 떨어졌다.

AJ벨 투자 총괄책임자 러스 몰드는 “트럼프 관세가 기업 수익과 현금 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관세 유지 기간과 해당 기업 및 산업 특성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기업은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이 미국에서 발생하고, 공급망이 아시아에 기반을 둔 경우다. 특히 의류 소매업체는 공급망 재조정에 착수할 수밖에 없겠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소비자들도 결국 더 높은 가격을 감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투자회사 퀼터체비오 애널리스트 맘타 발레차는 “아시아는 스포츠웨어의 주요 생산지다. 상호관세 여파로 생산 비용이 급등할 것이며, 기존 재고 덕분에 소비자 가격 반영은 약간 늦춰질 수 있지만 그 기간도 몇 달에 불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 유닛의 칼린 버치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성 속에서 소매 브랜드들이 생산·판매·마케팅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