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나온 '만장일치'…각하·기각 의견 왜 없었나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8년만
헌재 "국민통합 의무 위반…용납 못해"

법조계 "국론 분열 막겠단 의지로 봐야"
'소수의견' 실명 공개도 영향 미친듯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입장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입장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두고 헌법재판관 8명이 일치된 의견을 내놓았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8년 만에 또 ‘만장일치 파면’이 나온 것이다. 헌법재판소 대심판정과 법정에서 치열한 법리 다툼이 벌어졌음을 고려하면 예상 밖이란 평가다. 법조계에선 커다란 분열의 불씨를 남겨 사회적 대혼란이 벌어지는 일을 막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이번 대통령 탄핵선고 역시 막판까지도 재판관 8명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측불허였다. 보수 성향이 있는 재판관 중에서 ‘기각’이나 ‘각하’ 의견이 나올 것이란 의견이 적지 않았다. 일각에선 4 대 4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까지 흘러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만장일치 인용’이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4일 선고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함으로써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리고 사회·정치·경제·외교의 혼란을 불러일으켰다”며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을 초월해 통합시켜야할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 관점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고 했다.

법조인들은 이번 헌재의 만장일치 탄핵 인용이 국론 분열을 차단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헌법재판관 출신 변호사는 “현직 대통령 탄핵 결정은 재판관 모두가 일치된 의견을 보여줘도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추후 여파를 고려해 재판관들이 오랫동안 논의를 거듭한 끝에 이견을 극복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국론 분열 우려가 만장일치 파면에 꽤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도 “대통령 파면을 다루는 재판이기 때문에 헌재의 결정은 심각한 국론 분열과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면서 “재판관들은 만장일치 의견을 통해 사회 평화와 국민 통합을 이뤄내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54년 공립학교의 흑백 인종 분리교육을 두고 판결할 때 사회 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을 우려해 소수의견을 낸 재판관을 설득한 뒤 만장일치 결정(분리교육 금지)을 내놓았다.

2005년 헌법재판소법 36조 개정으로 소수의견을 낸 재판관의 실명과 의견이 공개되는 것도 만장일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대통령 파면을 지지하는 여론이 강해 공개적으로 ‘기각’ 의견을 내기 어려웠을 것이란 얘기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