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결정문에 담긴 야당의 전횡 "다수 횡포라 판단했더라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입장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입장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4일 재판관 8명 만장일치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파면'을 선고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선고에서 “피청구인(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위법은 국민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라며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이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라고 밝혔다.

문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권한은 어디까지나 헌법에 의하여 부여받은 것이다"라며 "피청구인은 가장 신중히 행사되어야 할 권한인 국가긴급권을 헌법에서 정한 한계를 벗어나 행사하여 대통령으로서의 권한 행사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취임한 이래 야당이 주도하고 이례적으로 많은 탄핵소추로 인하여 여러 고위공직자의 권한행사가 탄핵심판 중 정지됐다"면서 "2025년도 예산안에 관하여 헌정 사상 최초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증액 없이 감액에 대해서만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고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청구인이 수립한 주요 정책들은 야당의 반대로 시행될 수 없었고, 야당은 정부가 반대하는 법률안들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피청구인의 재의 요구와 국회의 법률안 의결이 반복되기도 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피청구인은 야당의 전횡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국익이 현저히 저해되어 가고 있다고 인식하여 이를 어떻게든 타개하여야만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이 국회의 권한 행사가 권력 남용이라거나 국정마비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정치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피청구인과 국회 사이에 발생한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되어야 할 정치의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에 관한 정치적 견해의 표명이나 공적 의사결정은 헌법상 보장되는 민주주의와 조화될 수 있는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국회는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 피청구인 역시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국회를 배제의 대상으로 삼았는데 이는 민주정치의 전제를 허무는 것으로 민주주의와 조화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피청구인은 국회의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고 판단했더라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피청구인은 취임한 때로부터 약 2년 후에 치러진 국회의원선거에서 피청구인이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면서 "그 결과가 피청구인의 의도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하여서는 안 됐다"고 꼬집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여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함으로써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하여 국민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 중 하나로 야당의 입법 독재를 꼽았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가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예산안 감액 처리와 감사원장, 검사 등에 대한 탄핵 추진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직후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완벽한 논리로 퍼펙트하게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했다"며 "헌법과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민주주의 적을 민주주의로 물리쳐준 국민께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그날 밤 비상계엄 국민들께서 온몸으로 막아냈고, 오늘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파면을 국민께서 끌어내 주셨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빛의 혁명을 이끌어 위대한 민주공화국을 지켜주신 국민들께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현직 대통령이 두번째 탄핵된 것은 다시 없어야 할 헌정사 비극"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 모두가 성찰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할 일"이라며 "더 이상 헌정 파괴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