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발주하던 물량 선회"…HD현대, 2.3조 '잭팟 수주'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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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해운사, 컨船 20척 발주 전망
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그리스 해운사 캐피탈 마리타임은 HD현대삼호에 88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6척을 발주할 예정이다. 척당 가격은 1억4000만달러(약 2033억원), 총 8억4000만달러(약 1조2198억원) 규모다.캐피탈 마리타임은 HD현대미포조선에도 28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척당 5500만달러)과 18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척당 4500만달러)을 총 7억1000만달러(약 1조310억원)에 주문할 것으로도 알려졌다. 선박 인도는 2027년부터 2년간 순차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캐피탈 마리타임은 최근 수년간 중국 조선사의 ‘단골손님’이었다. 작년에도 중국 뉴타임즈조선에 88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을 발주한 바 있다. 최근까지도 4300·7000TEU급 선박을 추가로 건조하기 위해 중국 내 컨테이너선 건조 슬롯을 알아봤던 것으로 전해진다.
캐피탈 마리타임이 마음을 바꿔 한국행을 택한 배경에는 미국의 잇따른 대중국 제재가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중국 소유 선박이 미국 항만에 입항할 때 거액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고된 수수료가 확정되면 중국 선사는 선박당 100만달러(약 14억원), 중국산 선박을 이용하는 선사는 선박당 150만달러(약 21억원)를 내야 한다. 미국 국방부는 중국 최대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집단(CSSC)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기도 했다.
◆올해 들어 中 꺾이고 韓 반등
지난 수년간 중국 조선소들은 한국 조선소 대비 20% 저렴한 가격을 앞세우며 물량을 따냈다. 해운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조선소들의 세계 선박 수주 점유율은 70%에 달했다. 2022년(52%) 대비 약 20%포인트 상승했다.이에 한국은 중국이 기술력으로 따라오지 못하는 LNG운반선, 이중연료추진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영업을 집중하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 하락은 불가피했다. 한국의 수주 점유율은 같은 기간 반토막(2022년 32%→지난해 16%) 났다.
그러나 올해 들어 미국 정부의 중국 조선사들을 대상으로 한 압박이 이처럼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선박 시장 지형에도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올해 1~3월 한국의 수주 점유율이 27%로 반등하는 동안, 중국의 점유율은 49%로 꺾였다.
국내 조선사들은 해외 선주들의 선택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브라질 해운사 트랜스페트로와 1조9000억원 규모 셔틀탱크 9척 수주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당초 중국 조선사와 분할 수주가 예상됐던 물량이다.
한화오션은 독일 해운사 하팍로이드로부터 1만6800TUE급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계약 규모는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31일에는 미국의 에너지 기업 엑슨모빌이 중국에 맡기기로 했던 LNG벙커링선(LNGBV) 2척 주문을 취소하기도 했다. 해당 물량 역시 한국 조선사 중 한 곳이 따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중국 선사 및 조선소에 대한 제재가 이어지면서 화주들이 미국으로 화물을 보낼 때 중국산 선박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당분간 선주들의 한국 조선소에 대한 선호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