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소설가 예소연 "자기 말만 맞다는 사람들 덕에 <그 개와 혁명> 나올 수 있었죠"

이상문학상 최연소 수상
소설가 예소연 인터뷰
암에 걸려 입원한 좌파 아버지와 그를 간병하는 페미니스트 딸. 이 둘이 함께 ‘유쾌한 장례식’을 계획한다. 장례식장에 도착한 강아지가 여기저기 오줌을 싸며 난장판을 만들자 딸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짓는다.

지난 2월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소설 <그 개와 혁명>의 줄거리다. 등단 4년 만에 이상문학상을 안은 주인공은 예소연(사진). 1992년생인 그는 이번 상으로 최연소 수상 기록(32세)과 타이를 이뤘다.

이 소설은 예 작가가 아버지를 간병하며 병원에서 쓴 작품이다.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편찮으신데 마감은 정해져 있고, 당시에 다른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어서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이것밖에 없었다”며 “울기도 많이 울면서 쓴 소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가벼이 여기고 넘어갔던 죽음들에 대해 다시 돌이켜 보게 됐다”고 했다.

예 작가의 소설 속에는 작가 자신처럼 슬픔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는 “다들 살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많이 직면한다”며 “누구 탓도 아닌데 결국은 마음을 다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억울한 상황이 ‘소설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상황을 찬찬히 돌이켜 보면서 소설의 장면을 구상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일상 속에서의 엇나감”이 예 작가 소설의 영감이 된다. 그는 “‘왜 우리의 대화는 이렇게 헛돌고 엇나갈까’ 생각하다가 서로의 다른 감정과 생각 그리고 사정을 들여다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책의 주인공 태수와 수민은 각각 ‘좌파’와 ‘페미니스트’라는 꼬리표가 붙은 인물로, 어딘가 ‘엇나간’ 사람들이다. 이런 설정에 대해 예 작가는 “정치적, 세대적 갈등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는 아니다”며 “사람마다 다 정치적 의견은 있을 건데 조금 경도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각자 자기 의견만 맞다고, 그게 당연하다고 말할 때마다 서로를 갉아먹게 되는 웃픈(웃기면서 슬픈) 사람들 이야기”라고 말했다.

“저도 평소에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어느 순간 그렇게 생각하는 게 지겹고 힘들더라고요. 정말 ‘왜’ 저런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는지 고려해보기라도 하자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 사회도 물론 그렇죠. 다 자기 생각만 맞다고 하는데 그래서야 뭐 인사라도 제대로 나누겠어요? 하물며 왜 저 사람은 저런 생각을 갖게 됐는지 생각이라도 해보는 게 낫겠다 싶은 거죠. 물론 자기 멋대로 생각하면 안 되겠지만요.”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