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올리고 학장에 외국인…도쿄대, 변신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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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등록금 최대 20%↑올해 20년 만에 등록금을 인상한 일본 도쿄대가 2027년 새 학부를 약 70년 만에 설립하기로 했다. 또 새 학부장에 1877년 개교 후 처음으로 외국인을 기용할 방침이다. 재정 확충과 글로벌 인재 영입으로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릴지 주목된다.
교육환경 개선 위한 수익 확보
학부 신설하고 유학생 유치 나서

등록금 인상에 따른 대학 수입 증가액은 2028년 기준 13억5000만엔으로 예상된다. 도쿄대는 이를 학업 상황 및 성적 확인 시스템 확충, 해외 유학 장학금 등에 충당할 예정이다. 도쿄대 경상수입 중 등록금은 5%에 불과하지만 매년 일정액을 확보할 수 있어 안정적 재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후지이 데루오 도쿄대 총장은 등록금 인상에 대해 “세계에서 오고 싶은 대학이 되려면 교육 환경 개선이 필수”라고 말했다.
자산 운용 등으로 자체 수입을 대폭 늘리는 영국 옥스퍼드대, 미국 하버드대 등 해외 유력 대학에 비하면 도쿄대의 자체 수익 창출 능력은 크게 떨어진다. 영국 타임스고등교육(THE)의 ‘세계 대학 랭킹 2025’에선 도쿄대가 28위에 그친 이유 중 하나로 지적했다. 이에 따라 도쿄대는 2023년 최고투자책임자(CIO),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를 잇달아 신설했다. 자체 기금 운용 등으로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도쿄대는 2027년 가을 5년제 학부인 ‘칼리지 오브 디자인’을 신설할 예정이다. 도쿄대의 학부 신설은 1958년 약학부 이후 약 70년 만이다. 이는 도쿄대에서 11번째 학부가 된다. 학부장에 외국인 교수를 기용할 방침도 굳혔다. 도쿄대 학부장에 외국인이 취임하는 것은 1877년 개교 이후 처음이다. 새 학부는 100명가량인 정원의 절반을 해외 유학생으로 채울 계획이다. 수업은 모두 영어로 한다.
칼리지 오브 디자인은 ‘사회 혁신으로 이어지는 길을 구상하는 장’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문·이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학생 스스로 학습 주제를 결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 사회의 디지털화 등 기존 학문 구분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는 고급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학부 4년과 대학원 석사 1년을 합쳐 5년 만에 학·석사 학위를 모두 취득할 수 있다.
도쿄대가 학부를 신설하는 것은 국제화와 다양성 측면에서 해외 유수 대학에 뒤처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도쿄대 학부생 중 외국인 유학생 비율은 2%에 불과하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