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지지자들 "헌재가 나라 팔아먹어" vs 찬탄 집회 "민주주의 승리"

'尹파면'에 희비 엇갈린 광장

한남동 관저 앞 '격분·망연자실'
"尹 안타까워 어떻게 사나" 오열
곤봉으로 경찰버스 파손하기도

안국역 인근은 '축제 분위기'
"그간 고생 많았다" 서로 껴안고
거북이 '빙고'에 맞춰 춤추기도

'갑호비상' 1만명 출동한 경찰
오늘 불복시위 예고에 '긴장'
< 오열하는 尹 지지자 > 4일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한 지지자가 탄핵 인용 소식을 듣고 오열하고 있다.  최혁 기자
< 오열하는 尹 지지자 > 4일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한 지지자가 탄핵 인용 소식을 듣고 오열하고 있다. 최혁 기자
윤석열 대통령 파면 소식이 전해진 4일 오전 11시22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볼보빌딩 앞에 모인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일제히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이내 상황을 인지한 뒤 “모두 총살해야 한다” “재판관이 나라를 팔아넘겼다” 등 과격한 말을 내뱉었다. 땅에 주저앉아 “우리 대통령, 고생만 하다 가신다”며 오열하는 이도 눈에 띄었다.

안국역 6번 출구 앞 탄핵 촉구 집회에서는 축제 분위기가 연출됐다. 탄핵 인용 소식이 전해진 순간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집회 참석자들은 “우리가 승리했다”며 함성을 질렀다. 서로를 얼싸안고 “그간 고생 많았다”며 다독였다. 가수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거북이의 ‘빙고’ 등 노래를 따라부르고 춤을 추기도 했다.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한 이날 양측 집회 참가자들의 표정은 크게 엇갈렸다. 대통령의 직무 복귀를 의심치 않던 지지자들은 만장일치 탄핵 인용이란 결과에 망연자실했고 탄핵 촉구 시위대는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환호했다. 경찰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불복종 시위’ 가능성에 대비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헌재 편파적” 尹 지지자들 ‘울분’

경찰에 따르면 대통령 관저 앞 보수집회 참여 인원은 이날 오전 9시30분 기준 3000명(비공식 추산)에 불과했는데 탄핵 인용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오전 11시30분에는 1만6000명까지 늘었다. 광화문에서 주로 집회를 연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가 선고 시간에 맞춰 윤 대통령 직무 복귀를 환영하기 위해 한남동 관저 근처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나름대로 질서를 유지하며 선고 결과를 지켜봤다. 오전 11시22분 예상과 달리 윤 대통령 파면 소식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전해지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오열하거나 욕설을 내뱉는 이도 적지 않았다. “헌재가 편파적이다” “나라를 팔아먹었다”며 재판관들을 향해 공격적인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관저 앞 집회에 나온 김휘영 씨(64)는 “헌재가 부정선거의 진실을 밝혀내려는 대통령의 진심을 몰라주고 말도 안 되는 판결을 했다”며 “재판관들의 오판은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했다.
< 환호하는 찬탄 집회 > 4일 서울 안국역 인근에서 탄핵 찬성 측 집회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소식이 전해지자 손팻말을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 환호하는 찬탄 집회 > 4일 서울 안국역 인근에서 탄핵 찬성 측 집회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소식이 전해지자 손팻말을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우리가 승리” … ‘축제의 장’ 찬탄 집회

울음바다인 대통령 관저 앞과는 달리 안국역 인근에선 축제의 장이 열렸다. 안고 있던 아이를 번쩍 들어 올리며 “만세”를 외치는 시민도 있었다. 비상계엄 이후 매주 집회에 참석했다는 대학생 손유신 씨(19)는 “기대하는 마음으로 선고를 지켜봤다”며 “계엄 이후 매주 집회에 참석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어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고 했다. 조주학 씨(79)는 “학수고대하며 기다린 터라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다”며 “민주주의가 올곧게 정착하길 바란다”고 했다.

일부 보수단체가 불복종을 선언하는 등 분열 양상을 보이면서 당분간 혼란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수 개신교단체 세이브코리아는 이날 “대한민국 일원으로서 헌재 결정을 받아들인다”며 승복 메시지를 낸 뒤 주말 예정한 여의도 집회를 취소했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로 대표되는 ‘여의도파’ 세이브코리아는 보수단체 가운데 상대적으로 온건파로 분류된다. ‘광화문파’로 불리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자유통일당은 불복종 투쟁을 선언하고 5일 오후 1시 광화문 일대에 집결한다.

경찰은 혹시 모를 인명 사고를 막기 위해 주말까지 비상 경계 태세를 유지할 계획이다. 경찰청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전국에 내려진 ‘갑호비상’을 해제했지만 서울경찰청은 ‘을호비상’으로 한 단계만 낮췄다. 이날 윤 대통령 지지자가 경찰버스 유리창을 곤봉으로 깨는 소동이 있었지만 곧바로 체포해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정희원/김다빈/류병화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