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불소추 특권' 상실…檢, '계엄 직권남용 혐의' 추가 기소할 듯

공천 개입 의혹 등 수사 본격화

14일 '내란 혐의' 첫 공판기일
尹, 법정 출석 거부할 소지 커

일각선 재구속 가능성도 제기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결정함에 따라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내란혐의 형사재판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이 사라지면서 공천 개입, 수사 외압 등 다른 혐의로 추가 기소되거나 윤 전 대통령의 재구속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오는 14일 내란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기소된 윤 대통령의 첫 공판기일을 연다. 이날 공판에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피고인은 공판기일에 출석 의무가 있으나,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건강상 이유로 궐석재판을 받은 점을 고려하면 윤 전 대통령도 법정 출석을 거부할 소지가 있다.

헌재가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과 계엄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만큼 내란죄 성립 여부를 둘러싼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계엄 행위에 중대한 법 위반이 없다고 판단했다면 내란죄 성립 여부 자체를 논의할 실익이 없었겠지만, 탄핵이 인용되면서 내란죄 성립 여부를 본격적으로 다툴 여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에 따라 선포된 정상적 계엄을 내란으로 오인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향후 형사재판에서도 위법 수사 논란 등을 제기하며 지연책을 펼 가능성이 크다.

또한 헌재가 탄핵사건 선고에서 윤 전 대통령이 군·경을 동원해 국회 권한을 침해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윤 전 대통령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군·경 지휘부 인사들의 형사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형사합의25부는 7일 조지호 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에 대한 4차 공판에서 계엄 당시 국회 봉쇄 상황과 체포조 운영 정황을, 10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군 지휘부에 대한 3차 공판에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시도 정황을 심리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재구속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208조 1항에 따라 지난달 7일 구속이 취소된 12·3 계엄 선포 관련 혐의로는 재구속이 불가능하지만, 다른 혐의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 다시 구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윤 전 대통령을 지난 1월 입건했다. 검찰은 명태균 씨가 연루된 공천 개입 사건과 관련해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수사 당시 내란 혐의와 함께 거론됐으나 기소 단계에서 빠진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 이 외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내란 관련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과 관련한 도피 혐의 등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사건 재수사 여부도 주목된다. 지난 3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서 김 여사와 비슷한 혐의를 받은 ‘전주’들이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