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죄 철회' 재판관 만장일치 적법…'조서 증거채택'은 의견 갈려

尹측 문제삼은 '절차 적법성'…헌재 조목조목 반박

尹 "내란죄 빠졌다면 소추 안돼"
헌재 "뒷받침할 근거 없는 가정"

비상계엄, 고도의 통치행위라도
헌법·법률 위반 심사 할 수 있어

전해 들은 말 '증거 채택' 놓고…
"기억 오류 생길 위험" 보충의견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소추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판단했다. 재판관들은 ‘내란죄 철회’ 등 윤 대통령 측이 문제 삼은 내용을 하나하나 반박하며 ‘8 대 0 만장일치’ 파면 결정의 근거를 제시했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경험한 사실을 듣고 진술한 내용(형사소송법상 전문증거)을 증거로 인정할 수 있는지를 놓고는 이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내란죄’ 사유 덕에 통과? “가정에 불과”

< 선고 지켜보는 시민들 > 4일 오전 서울 동자동 서울역 고객대기실에서 시민들이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 결론을 선고하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이번 탄핵심판 과정에서 절차적 적법성과 관련한 가장 큰 쟁점은 내란죄 철회 논란이었다. 국회 측이 변론 준비 과정에서 “헌법재판인 만큼 형사법상 내란죄 성립 여부를 다투지 않겠다”고 번복하자 윤 대통령 측이 “내란죄 혐의를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탄핵소추 사유가 중대하게 바뀌었다”고 주장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헌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똑같이 유지하면서 적용 법조문을 철회·변경하는 것은 소추 사유의 철회·변경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소추 사유에 내란죄 부분이 없었다면 탄핵소추안이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을 것이란 윤 대통령 측 주장에도 “가정적 주장에 불과하고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고 못 박았다.

헌재는 국회가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조사를 생략한 것 역시 적법하다고 봤다. 헌재는 “국회법은 법사위 조사 여부를 국회 재량으로 규정한다”며 “법사위 조사가 없었다고 탄핵소추 의결이 부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회가 작년 12월 7일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폐기된 뒤 12월 14일 사실상 같은 안건을 다시 상정해 가결한 것도 문제가 없다고 인정했다. 헌재는 “1차 탄핵소추안은 418회 정기회기에 투표가 진행돼 부결됐지만, 2차 소추안은 419회 임시회기 중 발의됐기 때문에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했다. 일사부재의 원칙은 국회법 92조에서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할 수 없다’고 규정한 내용을 말한다.

◇ “권력 탈취 목적 탄핵” 주장도 배척

헌재는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의 고도의 통치 행위라도 헌법 및 법률 위반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고 봤다. 비상계엄이 단기간에 해제돼 보호이익이 사라졌기 때문에 탄핵심판을 할 필요가 없다는 윤 대통령 측 논리도 인정하지 않았다. 헌재는 “계엄으로 탄핵 사유는 이미 발생했으므로 심판의 이익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변론 과정에서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야당이 대통령 지위를 탈취하기 위해 탄핵소추안을 남발했다”고 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준수했고 윤 대통령의 헌법 및 법률 위반 행위도 소명됐다”며 “탄핵소추안 의결은 윤 대통령에게 법적 책임을 추궁하고 같은 위법 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예방해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전문법칙’ 적용 두곤 이견

형사소송법상 전해 들은 전문(傳聞)증거는 원칙적으로 부정해야 한다는 ‘전문법칙’을 놓고는 재판관들의 의견이 갈렸다. 헌재는 결정문을 통해 “탄핵심판에선 전문법칙을 완화해 적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재판관 네 명이 상반된 보충의견을 냈다. 이미선·김형두 재판관은 “전문법칙을 엄격하게 적용했을 때 대통령이 증거에 동의하지 않으면 다수의 증인을 장기간 심문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대통령 탄핵심판은 권한행사 정지에 따른 국정 공백과 혼란이 매우 크기 때문에 전문법칙을 완화해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진술증거는 어떤 사실을 지각하고 기억한 다음 다시 표현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길 위험이 있다”며 “전문증거에 대해서는 반대신문을 통해 방어권을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탄핵심판에서도 전문법칙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