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 협치 부족' 질책한 헌재…"野 vs 정부 갈등, 민주적 절차로 풀어야"

민주당에 '관용 부족' 지적하고
연속적 탄핵소추엔 '이례적' 언급

尹에겐 "막중한 책임감 이해하나
선거 등 국민 설득할 기회 있었다"
“피청구인(윤석열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 발생한 대립은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돼야 할 정치의 문제입니다.”

헌법재판소는 4일 탄핵심판 결정 요지에서 민주주의 원리와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해 주목을 끌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사이의 정치적 갈등이 계엄을 거쳐 대통령 탄핵으로 비화한 배경을 고려한 언급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헌재는 우선 국회와 윤 대통령 사이에 ‘협치의 정신’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국회에 대해서는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고 했고, 윤 대통령과 관련해선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정 요지에는 야당의 정치적 공세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인식을 짐작한 대목도 나온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야당의 전횡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국익이 현저히 저해되고 있다고 인식해 이를 타개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국회의 권한 행사를 권력 남용이나 국정 마비를 초래하는 행위로 판단한 점은 정치적으로 존중될 수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야당의 연속적 탄핵소추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증액 없이 감액만 야당 단독으로 의결한 사실에 대해 ‘이례적으로 많은’ ‘헌정사상 최초’ 등의 표현을 쓰며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정치적 교착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계엄을 선택한 사실은 ‘법치국가 원리와 민주국가 원리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봤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이유로 국회의 권한 남용에 따른 위기 상황 타개를 들며 12·3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주장해 왔는데, 이 같은 목적으로는 계엄 선포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헌재는 “정치적 견해의 표명이나 공적 의사결정은 헌법상 보장되는 민주주의와 조화될 수 있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국회의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고 판단했더라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짚었다.

헌재는 윤 대통령이 민주적 절차 안에서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지만 놓쳤다고 평가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취임한 때로부터 약 2년 후에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피청구인이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그 결과가 피청구인의 의도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의 의사를 배제하려고 시도해선 안 됐다”고 비판했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