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충성 안 한다"던 강골검사…'두번째 파면 대통령'으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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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영욕의 1060일'2022년 3월 1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정치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정치 입문 8개월 된 신인이 단숨에 대권까지 거머쥐어서다. 공정과 상식을 앞세우며 ‘별의 순간’을 잡은 윤 대통령의 정치 여정은 찰나였다. 4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1060일 만에 대통령 임기를 마무리했다.
9수 끝에 고시 합격해 검사 임용
朴국정농단 수사 맡으며 스타덤
법무장관 조국·추미애와 대립
정치입문 8개월만에 '별의 순간'
집무실 용산 이전 등 파격행보
임기 내내 불통·金여사 구설수
여소야대 국면서 국정 동력 잃고
비상계엄 선포 122일만에 파면
윤 전 대통령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특별검사 수사팀장을 맡아 화려하게 복귀했다. 당시 수사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기소한 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보수진영에서 나오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윤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 서울중앙지검장에 깜짝 발탁됐고, 2019년 7월에는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법조계에선 윤 전 대통령이 탄탄대로를 걷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그는 취임 두 달 만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에 나서면서 정부와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까지 겨냥했다. 그러자 조 전 장관 후임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고, 인사로 그의 참모들을 잘라냈다. 그럴수록 윤 전 대통령의 인기는 높아졌고, 결국 검찰을 떠난 지 3개월 만인 2021년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리고 이듬해 3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0.73%포인트 차로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 초 파격 행보를 보였다.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기고, 매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했다. 취임 열흘 만에 한·미 정상회담을 열며 한·미 동맹 강화에 공을 들였다. 6월 지방선거에선 광역단체장 17곳 중 13곳을 가져오는 승리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 등으로 취임 두 달 만인 7월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했다. 2022년 10월 이태원 사고, 2023년 7월 해병대원 순직 사고 등 사고도 연이어 터졌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구설도 이어졌다. 소통과 설득보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통치 스타일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4·10 총선 대패로 윤 전 대통령 입지는 급격히 좁아졌다. 여소야대 국면이 이어져 정부가 추진한 주요 정책은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초했다. 의료개혁과 노동개혁, 교육개혁 등을 추진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마저 야당 및 여론의 반대에 막혔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같은 달 14일 탄핵소추됐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에 의해 체포됐고, 구속 취소 결정이 나면서 지난달 8일 석방됐다. 이후에는 한남동 관저에 칩거했고, 이날 헌재 판결로 파면됐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