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안개' 걷혔지만…외국인, 침체 우려에 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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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 탄 국내 증시
코스피 2465 마감…0.86%↓
증권가 "탄핵 인용 선반영
외인 차익실현 매물 쏟아져"
투자자들, 高관세 악영향 주목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 타격
관세협상 따라 변동성 커질 듯
"증시 반등은 추경 규모에 달려"
◇탄핵 소식에 무더기 매도
원·달러 환율이 이날 달러당 32원 넘게 떨어졌는데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7892억원어치를 팔아 치웠다. 코스닥시장에서 886억원어치를,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선 704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증시에 선반영된 탄핵이 확정되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대거 출회됐다”고 말했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 당일 코스피지수가 0.3% 상승했던 것과 다른 흐름이다.
탄핵이라는 불확실성이 걷히자 고율 관세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JP모간이 미국 경기 침체 확률을 40%에서 60%로 대폭 상향한 상황에서 한국 성장률 역시 둔화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외국인의 위험회피 심리를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관련주의 낙폭이 특히 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분야의 관세 도입 여부와 관련해 “아주 곧(very soon) 이뤄질 것”이라고 선언한 영향이다. 유가증권시장 내 외국인 순매도의 75% 이상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몰렸다. SK하이닉스는 6.37% 급락했고, 삼성전자도 2.60% 내렸다.
LG에너지솔루션(4.44%) 에코프로비엠(7.68%) 등 2차전지 업종 주가는 크게 올랐다. 쇼트커버링(공매도하기 위해 빌린 주식을 되갚으려고 사는 것) 매수 자금이 유입됐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관세 협상·추경이 반등 키”
증시의 단기 하락폭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상장사 중 수출 기업이 약 70%를 차지하는 만큼 관세에 대한 원만한 협의 없이는 기업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어서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며 “당분간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장기적 관점에서 주가가 저점 부근에 도달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2020년 코로나19 당시를 제외하면 과거 코스피지수의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 저점은 대부분 0.8배 윗선에서 형성됐다. 최저점은 2019년 9월의 0.82배였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PBR 0.85배 수준을 저점으로 가정하면 코스피지수 저점은 2436선”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내수를 살리기 위해 20조원 안팎의 추가경정예산이 집행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주식시장 향방을 결정지을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추경 규모”라며 “20조원 이상으로 집행된다면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로 증시 반등이 가능하다”고 점쳤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를 부양할 만한 정책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소비재나 유통 등 내수주에 주목할 때”라고 설명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