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침체 확률 60%"…월가선 美 4분기 역성장 경고

트럼프 관세發 퍼펙트 스톰

경제성장률 전망 일제히 낮춰
인플레 전망 3년여 만에 최고치
"이대로면 아이폰이 330만원"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코스트코 매장에서 3일(현지시간) 소비자들이 관세 부과 전에 달걀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코스트코 매장에서 3일(현지시간) 소비자들이 관세 부과 전에 달걀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발 상호관세에서 촉발된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는 물론 미국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UBS는 3일(현지시간) “2026년까지 미국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상승할 것”이라며 “미국 경제가 올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클레이스는 올해 4분기 미국 경제가 전 분기 대비 -0.1%(연율 기준) 역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노무라홀딩스는 작년 말 2.1%로 본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6%로 낮춰 잡았다.

시장에서는 상호관세가 사실상 ‘증세’로 작용해 기업 투자와 소비 심리를 위축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간체이스는 이번 상호관세로 6600억달러(약 947조원) 규모의 증세 효과가 발생한다며 “1968년 후 최대 규모 세금 인상”이라고 지적했다.

그간 자유무역 질서에 기반해 세계로 공급망을 확장해 온 미국 기업들이 상호관세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에 따르면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47년 3.1%에서 지난해 13.9%로 네 배 이상 확대됐다. 애플, 나이키 등 미국 대표 기업이 생산기지를 노동력이 저렴한 중국 베트남 등으로 이전하면서 수입 비중이 늘어난 것이다. 상호관세로 이들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 경제계에서조차 “상호관세는 큰 실수”라는 비판론이 확대되고 있다. 혁신기업 투자자인 브래드 거스트너 알티미터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애플, 보잉, 페덱스 등이 소속된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CEO 10여 명과 대화했다며 “경영자들은 이번 관세가 과도하며,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고율 관세가 경기 침체뿐 아니라 물가 급등을 야기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관세 여파로 지난 2월 2.5%이던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전년 대비)이 연말 4.7%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로젠블랫증권은 애플이 대중 관세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면 아이폰16 프로맥스 모델 가격이 1599달러(약 229만원)에서 2300달러(약 330만원)로 최대 43% 뛸 것으로 내다봤다. 식료품과 생필품 가격도 줄인상이 예상된다. 미국은 세계 최대 커피 소비국이지만 국내 소비량의 99.8%를 수입한다. 미국이 베트남에 46%, 콜롬비아와 브라질에 10% 관세를 부과한 만큼 이들 국가에서 들여오는 커피에도 이 정도 가격이 붙고, 이는 상당 부분 미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인엽/임다연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