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發 퍼펙트 스톰…"세계 경제 침체 확률 60%"

자유무역 후퇴·인플레 우려
"세계경제 침체 확률 60%"

글로벌 증시 줄줄이 하락세
유가 하루만에 6%대 급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강행 여파로 세계 경제에 ‘R(경기 침체)의 공포’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에 맞서 각국이 보복관세에 나서 무역이 축소되고 인플레이션과 소비심리 위축이 뒤따를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다.

JP모간체이스는 3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관세 인상으로 올해 세계 경제 침체 확률이 40%에서 60%로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스는 미국 경제가 올해 4분기에 역성장할 것으로 봤고, UBS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점쳤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달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낮췄는데 투자은행은 이보다 훨씬 비관적으로 보는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18년 만에 A+에서 A로 강등했다. 피치는 “미국의 상호관세가 중국의 성장과 재정 전망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상호관세 발표 후 처음 열린 이날 뉴욕증시에선 다우, S&P500, 나스닥 등 3대 지수가 동반 폭락해 시가총액이 3조달러나 허공으로 날아갔다. 달러화 가치는 급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82% 내린 101.905로 마감하며 약 6개월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유로화는 한때 6개월 만에 최고인 유로당 1.1달러까지 치솟았고, 최근까지 달러당 150엔 안팎에서 움직이던 엔화값도 146엔대로 상승(엔화 강세)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4% 선이 무너졌다. 위험자산 회피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한 데 따른 것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경기 침체 여파로 하루 만에 6.64% 폭락하며 배럴당 66달러대로 주저앉았다.

4일 아시아 증시에서도 일본 닛케이225 지수가 2.75% 급락했다. 전날 2.77% 하락에 이어 충격파가 이어졌다. 46%의 상호관세가 부과된 베트남 증시(VN지수)는 전날 6% 넘게 하락한 데 이어 이날도 1.56% 빠졌다. 코스피지수는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로 크게 출렁인 가운데 0.86% 하락했지만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7800억원가량을 순매도했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 약세로 32원90전 내린 1431원10전에 마감했다. 하루 하락폭 기준으론 2년5개월 만에 최대였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