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에 뉴욕증시 붕괴…S&P 2조 달러 증발

S&P500 지수, 4.84% 하락한 5,396.52 마감
안전자산 국채로 투자자 몰려
트럼프 "주식 급등할 것…관세는 수술 절차"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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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0% 기본 관세 및 상호관세 부과 발표가 있은 다음 날인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폭락했다.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및 경기 침체, 글로벌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다.

이날 S&P500 지수는 다시 조정 구간에 진입했고, 2020년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S&P500 지수는 4.84% 하락한 5,396.52에 마감하며 2020년 6월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S&P500지수를 구성하는 미국 500대 기업의 시가총액 규모는 하루 새 2조 달러가량 증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우존스 지수는 1,679.39포인트(3.98%) 하락한 40,545.93에 마감하며 역시 2020년 6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5.97% 급락해 16,550.61에 마감했으며, 이는 2020년 3월 이후 최대 하락이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하락 종목 수가 상승 종목보다 6대 1로 많았다.

이번 폭락으로 S&P500 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11월 대선 승리 이전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 기준 지수는 현재 2월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서 약 12% 떨어진 상태다.

글로벌 기업들의 주가도 큰 타격을 입었다. 나이키와 애플은 각각 13%, 10% 하락했고, 수입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업체들은 특히 큰 충격을 받았다. 파이브 빌로는 26% 급락했고, 달러트리는 12%, 갭은 21% 떨어졌다. 전반적인 위험 회피 심리로 기술주도 약세를 보였으며, 엔비디아는 7%, 테슬라는 5% 하락했다.

샌츄어리 웰스의 수석 투자 전략가 매리 엔바텔스는 CNBC를 통해 “이번 관세는 최악의 시나리오였고 시장에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위험 회피 반응이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을 찾아 국채로 몰렸다. 이에 따라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4% 이하로 근접할 정도로 하락했고, 채권 가격은 상승했다.

JP모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새로운 관세율이 지속되고 협상을 통해 낮추지 못할 경우,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주식시장 급락에 대해 언급하며, 관세 도입을 “수술과 같은 절차”라고 비유했다. 그는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주식이 급등할 것”이라며 “미국 경제가 호황을 맞이할 것이고, 세계는 미국과 거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어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알티미터 캐피털 CEO 브래드 거스트너는 CNBC 방송에 출연해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발표한 관세 정책이 지나치며 미국 경제를 해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소속의 미국 최대 기업 CEO 10명 정도와 밤새 이야기를 나눴고, 모두 이 정책은 ‘엄청난 실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거스트너 CEO는 구체적인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는 애플, 뱅크오브아메리카, 보잉, 페덱스를 포함한 다양한 산업의 대기업 CEO들이 소속되어 있다.

브래드 거스트너 알티미터 CEO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요일 발표한 관세 정책은 지나치며 미국 경제를 해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