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떠야 하나요"…한국기업들 '관세 폭탄'에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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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진출 韓 기업들 '비상'
주요 기업·단체 등 대응 논의
생산거점 이전·철수 등 우려↑
베트남 정부, 관세 대응 총력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한 의류업계 관계자 A씨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 관세'를 발표하자 이 같이 털어놨다. 미국 정부가 베트남을 상대로 46%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현지에 생산기지를 둔 한국 기업들은 철수나 이전을 염두에 둘 만큼 우려하고 있다.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들, '관세 폭탄'에 대책 회의
4일 주베트남한국상공인연합회(코참 베트남)에 따르면 이날 오후 코참 베트남을 비롯해 주베트남한국대사관과 현지 한국무역협회·대한상공회의소·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상호 관세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한다.이 자리엔 베트남 생산기지를 통해 북미향 제품을 생산하는 전자·의류 업체들도 참석한다. 베트남 기획투자부 집계 결과 지난해 10월 기준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1만곳이 넘는다.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들은 그야말로 비상상황이다. 중국을 제외하면 베트남이 가장 높은 관세를 적용받았다. 포화 상태인 중국을 피해 새로운 생산거점으로 주목받던 베트남이 졸지에 관세 폭탄 직격탄을 맞아 셈법이 꼬였다. 베트남의 생산거점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가 나올 정도다.
코참 베트남 관계자는 "관세가 크게 오른 상태에서 베트남 내 생산이 메리트가 있는지 기업 입장에선 고민할 것이고 이곳에 둔 생산기지를 이전할지도 기업엔 고민이 될 것"이라며 "베트남에서의 생산을 유지할 수 있을지 등도 고려 사항 중 하나"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주요 기업들도 이날 회의 참석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TV를, LG전자는 가전을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베트남에 생산거점을 마련했다.
이 중에서도 스마트폰이 비상이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갤럭시 스마트폰 대다수는 베트남에서 생산된다. 스마트폰을 제외한 나머지 북미향 가전의 경우 주로 멕시코에서 생산해 당장은 관세 폭탄의 사정권 밖이다.
베트남 정부, 공식 서한·대표단 파견 등 총력
베트남에 핵심 생산기지를 둔 의류업계는 사업계획 자체를 수정해야 할 처지다. 미국인 3명 중 1명이 입는다고 언급될 정도로 생산량 대다수가 미국 수출 물량인 한세실업도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 수출 물량을 주로 생산하는 한솔섬유, 세아상역, 신원 등도 관세 폭탄 영향이 크다.코참 베트남 관계자는 "(미국 관세 적용이) 긴급한 큰 이슈이고 기업에 영향도 커서 대사관 측에서 회의를 소비해 논의하고 대응 방안이나 정부에 전달할 사항을 정리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 같다"고 했다.
베트남 정부가 대미 협상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는 점은 한국 기업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응우엔 홍 디엔 베트남 산업통상부는 전날 미국 정부에 관세 부과를 유예하고 양국 간 논의를 거쳐 합리적 해결책을 찾자는 제안을 담은 공식 서한을 보냈다.
타 호앙 린 산업통상부 해외시장개발국장은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상품은 주로 제3국과 경쟁하고 있고 미국 시장에서 미국 기업과 직접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현재 베트남이 수입 상품에 적용하는 평균 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은 9.4%"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베트남이 자국 상품에 대해 사실상 90%의 관세나 다름없는 무역 장벽을 세워두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반박하면서도 협상 의사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지 매체들도 관세가 적용될 경우 전자제품, 기계장비, 섬유, 신발, 목재 등의 제조업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베트남 정부는 이번 주 안으로 관세 부과를 논의할 대표단을 미국에 파견할 방침이다. 응우옌 득 찌 베트남 재무부 차관은 "미국과 베트남 소비자가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발전적 방향으로 무역 균형을 추구하고 무역액을 늘리면서 관세를 인상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