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재산인데…” 유언해도 못 막는 상속 법칙 [윤지상의 가사언박싱]

직계비속 유류분은 무조건 확보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 못 받아
손주도 경우 따라 상속 가능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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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은 법률적으로 개인의 재산과 채무가 포괄승계되는 시점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사유재산 처분의 자유에 따라 유언의 자유 역시 인정되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권리와 의무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유언을 통해 재산 분배를 직접 결정할 수 있으나, 유언 없이 사망하거나 일부 재산만 유언으로 남긴 경우에는 법정상속이 이루어집니다. 우리 민법은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4촌 이내 방계혈족을 혈족상속인으로, 배우자를 배우자상속인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1/2, 직계존속은 1/3을 유류분으로 보장받는다는 것입니다. 이 유류분 제도는 유언의 자유를 제한하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합니다.

상속은 크게 유언상속과 법정상속으로 나뉩니다. 유언상속에는 공정증서, 유언대용신탁, 자필증서, 녹음, 비밀증서,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 등 다양한 형태가 있으며, 사인증여 역시 효과 면에서 유언과 유사합니다. 유언은 상속인뿐 아니라 제3자나 법인에 대해서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유언 없이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 법정상속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법정상속의 순위와 조건


민법에 따르면 상속 순위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 순으로 정해집니다. 동순위 상속인이 여럿일 경우 최근친이 우선하며, 동친 등은 공동상속인이 됩니다. 배우자는 항상 상속인이 되는데, 직계비속이나 직계존속이 있으면 공동상속을 하고, 형제자매나 4촌 이내 방계혈족이 있으면 그들은 상속에서 배제됩니다.

법률혼 배우자는 사실상 이혼상태나 이혼소송 중이라도 상속권이 인정되지만,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상속권이 없습니다. 법정 상속인이 없고 특별연고자도 없을 경우, 상속재산은 국고에 귀속됩니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일반적인 제1순위 상속인은 직계비속입니다. 친생자와 양자, 혼인 중 출생자와 혼외자 간에 상속분의 차이는 없습니다. 일반입양의 경우 양자는 친생부모와 양부모 모두에게 상속권을 갖지만, 친양자는 친생부모와의 관계가 단절되므로 친생부모로부터 상속받지 못합니다.

생부 사망 후 이루어진 혼외자 인지도 출생 시로 소급하여 효력이 발생하므로, 피인지자는 생부의 다른 직계비속들과 함께 공동상속인이 됩니다.


대습상속과 상속결격


상속 과정에서 흔히 간과되는 것이 대습상속입니다. 일반적으로 자녀가 사망한 경우, 그 자녀의 자녀(손자녀)와 배우자(며느리·사위)가 대습상속인이 됩니다. 대습상속은 상속 개시 전에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이나 형제자매가 사망하거나 결격된 경우, 그의 직계비속과 배우자가 대신 상속하는 제도입니다. 직계비속이 없다면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되지만, 재혼한 경우에는 인척 관계가 소멸하여 대습상속권이 없습니다.

민법은 패륜 행위나 유언에 관한 부정행위로 인한 상속결격 사유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직계존속이나 피상속인에 대한 살인·상해치사, 유언 방해·강요, 유언서 위조·변조·파기·은닉 등이 이에 해당하며, 이 경우 상속 자격이 박탈됩니다.

또한, 상속을 포기한 자는 상속 개시 시점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은 지위에 놓이게 됩니다.



윤지상 법무법인 존재 대표변호사 l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였으며, 제45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35기 수료 후 전국 주요 법원 판사로 재직하며 2022년 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로 퇴임했다. 법관 재직 시절 다수의 이혼 재판과 상속재산분할 심판을 하였고, 상속재산분할 및 유류분재판실무편람, 주석 민법(친족상속편)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현재 법무법인 존재 대표변호사이자 국민권익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유튜브 상속언박싱이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상속과 관련된 여러 강연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