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쇼크'인데 안전자산 '달러'가 급락?…"트럼프 불신"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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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 4.8%, 나스닥 6% 떨어져..애플 9%, 베스트바이 17% 폭락
브렌트유·서부텍사스유 가격도 7% 가량 내려가

S&P500지수는 오늘 4.8%, 나스닥지수는 6% 각각 하락했는데요. 이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급락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었습니다.
시장은 안전자산으로 대피하는 중입니다. 관세로 인한 충격이 어디에 얼마나 미칠지 가늠하기 어려워서 그렇습니다.
통상 안전자산을 찾을 때는 미국 달러화로 달려가게 마련이지만, 이번엔 충격의 진원지가 미국이다 보니 미국 달러화 가치가 되레 떨어졌습니다. 오늘 달러 인덱스는 1.67% 하락했는데요. 2022년 이후 가장 큰 일일 하락폭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달러자산이 전부 다 떨어진 것은 아니고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은 단기물 미 국채는 투자 수요가 늘었습니다. 이것은 달러에 대한 투자라기보다는, 미국 경제가 악화되면서 연준이 통화정책을 보다 완화적으로 유지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관세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자극된다면 연준도 쉽게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에, 어떤 요인이 더 중점적으로 연준을 이끌게 될지는 지켜봐야 될 듯 합니다.
이런 변동성 장세는 앞으로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주요국들이 보복관세 조치에 나서거나 할 가능성이 있고요. 기업들은 수요가 부진해지는 것은 물론, 울며 겨자먹기로 공급망 조정을 위한 투자에 나서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투자는 혁신이나 기술개발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당분간 실적에는 압박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당장 중국에 대한 60% 이상의 관세가 예고되면서 애플 주가가 오늘 9.2% 급락했습니다. 가전제품 판매 1위 업체인 베스트바이 주가도 17%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증시 폭락은 예상됐던 일이라는 식으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는데요. 미국경제가 병든 환자이기 때문에 경제 수술이 필요하다면서, 이후에 호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나라와 상호관세에 대해 협상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들이 우리에게 무언가 좋은 것을 주는지에 따라 달렸다”고 답했습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