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 입고 방독면 쓴 집회 참가자들…헌재 앞 '초긴장' [현장+]

헌법재판소·尹 관저 일대 가보니
경찰버스 차벽 통제로 '진공상태'
4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에 앞서 진공 상태인 헌법재판소 모습. /사진=홍민성 기자
4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에 앞서 진공 상태인 헌법재판소 모습. /사진=홍민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나오는 4일 헌법재판소를 비롯한 서울 곳곳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최고 단계 비상근무 체제인 '갑호비상'을 발령한 경찰은 선고 이후 혹시 모를 폭력 사태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에 나섰다.

경찰은 이날 전국에 기동대 338개, 부대 2만여명을 배치했다. 헌재가 있는 종로구 일대는 기동대 110여개 부대 7000여명이 지키고 있고, 대통령 관저가 있는 한남동과 국회가 있는 여의도에는 각각 30여개 부대 2000여명, 20여개 부대 1300여명이 자리를 잡았다.

일대 안전을 위해 헌재와 가까운 지하철 3호선 안국역은 이날 첫 차부터 무정차 통과를 시행했고, 종로3가역도 헌재와 인접한 4·5번 출구는 폐쇄된 상태다. 아울러 헌재 반경 150m가 경찰버스와 차 벽 등으로 통제돼 '진공상태'다.
4일 오전 8시 안국역 4번출구가 폐쇄된 모습. /사진=홍민성 기자
4일 오전 8시 안국역 4번출구가 폐쇄된 모습. /사진=홍민성 기자
취재진을 비롯한 일반 시민들의 신원 확인도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다. 북촌한옥마을의 한 화장품 매장에서 근무한다는 한 시민은 경찰관에게 명함과 신분증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 경찰은 "출근해야 한다"는 시민의 항의에도 "오늘은 귀찮더라도 양해해달라"며 우회할 것을 요청했다.
4일 헌법재판소 인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방독면과 육군 전투복을 착용한 남성들. / 사진=홍민성 기자
4일 헌법재판소 인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방독면과 육군 전투복을 착용한 남성들. / 사진=홍민성 기자
특히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로 추정되는 남성 3~4명 무리가 육군 전투복과 방독면을 착용한 채 헌재 일대를 배회하는 모습도 취재진이 포착했다. 경찰이 준비한 캡사이신 등에 대비한 것으로 보였다.

경찰들 역시 소화기를 준비하거나, 보호복을 갖춰 입으며 혹시 모를 폭력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무릎·급소 등 부위에 보호 장구를 착용하던 한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의 폭력에 노출될 수 있어 착용한다"며 "평소에는 입지 않고, 대규모 집회 등 상황이 발생했을 때만 갖춘다"고 했다.
4일 오전 헌법재판소 앞에 쌓인 화환 /사진=홍민성 기자
종로 일대 탄핵 찬반 집회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본격화할 예정이다. 반면 대통령 관저가 있는 한남동은 벌써 윤 대통령 탄핵 관련 집회가 이미 한창이었다. 한남동은 찬반 양측의 집회가 동시에 벌어지며 사실상 두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한남동 일대에 배치된 경찰들은 이날 오전 6시부터 관저 주변을 통제하며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관저 앞은 접근 금지 구역으로 지정됐고, 도로 곳곳에는 차단선이 설치됐다.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에 나와있는 (왼) '촛불행동' 탄핵 찬성집회 (오)'자유통일 광화문 국민대회' 탄핵 반대 집회/사진=유지희 기자
윤 대통령 지지자라고 밝힌 50대 조모씨는 "이번엔 4:4로 기각될 것"이라며 "기각 아니면 다 끝이다. 대통령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했다. 60대 이모씨는 "기각 후 대통령이 다시 복귀해 기강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반면 윤 대통령 파면 촉구 집회에 참석한 30대 황모씨는 "계엄을 운운한 대통령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 8:0 인용을 확신한다"고 했다. 50대 김모씨는 "7:1 인용이 유력하다"며 "기각된다면 헌재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한편, 악화 일로를 걷는 정치 양극화에 따라 헌재의 이날 선고 이후에도 극한 갈등이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의 직무 복귀 여부에 따라 이날 광장에 결집한 여야 지지자들이 극렬하게 반발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경찰이 최고 단계 비상근무 체제를 발령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치권의 타협이 먼저 이뤄져야 유권자들의 혼란도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 양극화라고 하는 보수, 진보 진영 간 대결 구도가 고질적 난제가 돼버렸다"며 "정치인의 타협하는 자세가 선행돼야 분열된 유권자들이 냉정을 찾고 통합도 가능하다"고 했다.

홍민성/유지희/이민형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