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새벽배송도 느리다?…'1시간 배달' 전쟁

퀵커머스
배달 라이더들이 줄지어 도로를 달리며 상품을 배송하는 모습. 한경DB
이마트는 지난해 11월부터 배달의민족과 손잡고 왕십리점, 구로점, 동탄점에서 새로운 유형의 배송서비스를 시작했다. 대형마트 점포로부터 반경 2km 내에 거주하는 소비자가 배민 앱을 이용해 이마트 상품을 주문하면 1시간 안에 받아볼 수 있게 했다. 이마트는 2022년 ‘쓱고우’라는 브랜드로 비슷한 서비스를 내놨다가 수익이 나지 않아 1년 만에 접은 경험이 있다. 다시 도전장을 낸 것은 유통시장의 변화로 퀵커머스가 자리 잡을 환경이 조성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마트·네이버·다이소까지 참전

퀵커머스란 주문 후 통상 1시간 이내에 상품을 빠르게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가리킨다. 빠르다는 뜻의 퀵(quick)과 상거래를 의미하는 커머스(commerce)를 합친 말이다. 대형마트뿐 아니라 포털사이트와 생활용품 전문점 분야의 1위 사업자들이 뛰어들면서 판이 커지는 모양새다.

2020년 3500억원에 불과하던 국내 퀵커머스 시장 규모는 올해 5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증가율이 220%에 이르는 것. 전체 온라인 쇼핑몰 거래액(지난해 기준 242조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해 성장잠재력이 높다는 점을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이마트는 조만간 수도권 외에 지방 점포에도 퀵커머스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거창한 추가 투자 없이도 영업 중인 점포를 물류센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과거 쓱고우는 이마트가 물류창고를 따로 구축해 직접 배송하는 형태였지만, 이번에는 배달의민족에 입점만 했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적다.

다이소는 지난달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등 일부 지역에서 ‘오늘배송’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며 퀵커머스 시장에 진입했다. 다이소 역시 매출 추이를 지켜보면서 퀵커머스 제공 범위를 점차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연내 퀵커머스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는 ‘오늘배송’ ‘내일배송’ ‘새벽배송’ 등을 도입하며 쇼핑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데, 새로 선보일 방식 중에는 주문 1시간 내외에 배달을 마치는 ‘지금배송’도 있다.

유통업체들이 퀵커머스에 사활을 거는 것은 빠른 배송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이 늘어난 데다 사업 경쟁력에서 배송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고물가로 집밥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는 추세와 맞물려 신선식품과 가정간편식(HMR) 등을 중심으로 근거리 빠른 배송 수요가 늘어나는 점도 작용했다.

연 220% 성장…유통업 새 먹거리 될까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지금까지 퀵커머스 시장은 배달의민족, GS리테일, 홈플러스, 올리브영, 컬리 등이 주도해왔다. 경쟁자가 늘어날수록 기존 강자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장기화하는 내수 침체와 경쟁 심화로 매출을 늘리고 신규 고객을 끌어올 활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퀵커머스는 하나의 블루 오션”이라며 “빠른 배송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만큼 퀵커머스 시장 경쟁은 더 격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