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역서 '트럼프 반대' 시위…"좌·우 아닌 옳고 그름의 문제"

전국적으로 1200건 넘는 시위와 행진 벌어져
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인 국정 운영에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가 5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벌어졌다.

이번 시위는 민권 단체, 노동조합, 성소수자 권익 옹호 단체, 참전용사 단체 등 150여 개의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등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조직됐으며 전국적으로 1200건이 넘는 시위와 행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임기 시작 이후 두 달 반 만에 본격화된 것이다.

참가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공무원 감축, 정부 조직 축소·폐지, 보건 예산 삭감, 대규모 관세 정책, 러시아에 대한 유화 기조 등에 강하게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시위는 '핸즈오프(Hands Off·손 떼라)'라는 구호 아래 전국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됐다.

워싱턴 D.C.의 워싱턴기념탑 주변에도 수많은 시위대가 모였다. 이들은 북소리에 맞춰 박수를 치며 "트럼프와 머스크는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쳤고 "왕은 없다", "행정부가 법을 만들 순 없다", "좌파, 우파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다" 같은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사진=AP
특히 시위 현장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자주 언급됐다. 머스크가 연방 정부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핵심 인물로 부각되면서, 시위대는 그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공동 운영자'로 인식하는 분위기였다.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 표지를 패러디한 시위자도 있었다. 그는 지난해 트럼프와 1938년 히틀러를 각각 표지에 실은 타임지를 나란히 목에 걸고 등장했으며 "우리는 헌법적 권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침묵은 해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시위는 미국을 넘어 유럽 주요 도시로도 확산됐다.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는 수백 명이 모여 "트럼프를 내쳐라"는 팻말을 들고 항의했고,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과 베를린 등지에서도 미국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