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긴장감 뚫고…서울 시민 1만5000명 광화문광장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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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부터는 도심 곳곳 대규모 집회 예고
‘2025 더레이스 서울 21K’ 마라톤 대회가 이 날 광화문광장에서 개막했다. 하프코스 8000명, 10㎞ 코스 7000명 등 총 1만5000명이 서울 시내 도로 위를 달렸다. 출발선 너머엔 을지로, 청계천, 그리고 한강까지 이어지는 도심 속 마라톤 코스가 펼쳐져 있었다.
동작구에서 친구와 함께 참가한 김 모씨(32)는 “뉴스만 보면 마음이 계속 무거웠는데, 오늘은 봄바람 맞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달리니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옆에서 함께 숨을 고르던 친구는 “여기까지 오길 잘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최근 탄핵 정국으로 인해 도심 분위기는 한껏 얼어붙어 있었다. 청계광장엔 연일 집회가 이어졌고, 곳곳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됐지만 이날 오전만큼은 달랐다. 광장에선 스트레칭 음악이 흘러나왔고, 가족 단위 참가자들과 시민 러너들의 웃음소리가 거리를 채웠다.
대회 조직위는 기록 단축을 원하는 참가자들을 위해 ‘리더스 그룹’을 따로 운영했다. 하프 남자 1시간 40분, 여자 1시간 50분, 10㎞ 남자 45분, 여자 55분 이내 기록 보유자들이 그룹을 구성해 선두에서 출발했다. 전문 러너와 취미 러너가 나란히 같은 길을 달리는 장면은 이번 행사의 묘미였다.
헌 옷 기부부터 완주메달 각인까지…"달리기, 그 이상의 하루"
이날 대회는 단순한 마라톤을 넘어, 다양한 사회 공헌 프로그램도 함께 열렸다. 광장 한켠에 마련된 기부함에는 시민들이 가져온 헌 옷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기부물품은 굿윌스토어를 통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쓰일 예정이다.청계천 반환점 인근엔 ‘서포터즈 존’이 운영됐다. 가족과 친구들이 펼친 응원 현수막 아래로 참가자들이 지나는 동안, 환호와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자녀와 함께 10㎞ 코스에 참가했다는 김모씨(48)는 “도심에서 이런 행사가 열린 게 반갑다”며 “주말동안 대규모 집회 소식에 긴장했었는데 시민들에게도 좋은 전환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완주자에게는 메달과 함께 하림 단백질 제품, 메디필 선스틱, 티젠 콤부차, 리얼촉촉, 오리온 등 다양한 협찬 제품이 지급됐다. 대회 후 2주 이내 ‘가로수길 레이스먼트’ 매장을 찾으면 메달에 개인 기록을 각인해주는 서비스도 제공된다. 일부 참가자는 완주보다 메달 각인을 더 기다린다며 웃음을 보였다.
한편 이날 오후부터는 광화문광장, 대한문 일대 등 도심 곳곳에서 종교 및 시민단체 탄핵 관련 집회가 예고됐다. 서울시는 전날에 이어 '주말 도심 집회 안전대책'을 가동 중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