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金사과' 나오나…"안 그래도 비싼데" 최악 전망 나왔다

재배지 줄고 산불까지
사진=연합뉴스
농가 고령화에 경영비 부담 등이 겹치면서 올해 사과·배 재배면적이 작년보다 감소할 것이란 국책 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이는 최근 영남 지방에 집중된 산불 피해는 고려하지 않은 예측치다. 최근 사과·배 가격이 ‘금(金) 과일’ 논란이 일었던 작년 수준을 넘어선 가운데 재배지가 줄고 산불 피해까지 겹치면서 올해도 과일 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농업관측 4월호 과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국적으로 사과(-1%) 배(-2%) 감귤(-1%) 단감(-2%) 등 주요 과일 재배면적이 전년 대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사과의 경우 국내 재배면적의 약 70%가 집중된 영남 지역에서 노목을 갱신하는 동시에 고령화로 과수원이 줄면서 재배지가 0.5%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단 강원 지역에선 재배면적이 작년보다 4.5%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기후 온난화의 영향으로 재배지가 북상해서다.
영남 지방을 중심으로 한 산불의 영향으로 지난달 31일 경북 영덕군 지품면 복곡리 한 과수원 사과나무가 불에 타거나 그을린 모습. 연합뉴스
배 재배면적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사과 재배지가 영남 지방에 몰려있는 반면 배는 강원·경기(17%) 충청(25.6%) 호남(37.2%) 영남(20.2%) 등 전국에 골고루 분포돼있다. KREI는 강원과 경기, 충청에선 배 재배지가 산업단지와 도로로 편입되면서 문을 닫는 과수원이 늘고, 호남과 영남에선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경영비 부담으로 재배면적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KREI의 이 같은 관측도 최근 경북에 집중된 산불 피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KREI는 보고서에서 ‘영남지역 사과 주산지(의성, 안동, 청송 등) 산불 피해로 향후 재배면적 변동 가능’이라고 명시했다.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과수원이 소실(燒失) 되는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 않았더라도 단수나 농기계 피해, 산불 재 확산으로 출하되는 제품의 품질이 떨어지면 과일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사과와 배 가격은 작년 수준을 넘어선 상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올 4월 사과(후지·상품) 10개당 소매가격은 2만8578원으로, 작년 같은 달(2만4850원)보다 15% 높고 평년(2만5260원)보다는 13.1% 상승했다. 배(신고·상품) 10개당 소매가격도 이달 현재 4만6304원으로, 전년 동월(4만4804원) 대비 3.3% 오르고 평년(3만8569원)보다 20% 뛰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