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걸린 베토벤 음반, 미치게 사랑했기에 가능했죠"

소나타 전집 음반 낸 최희연

"통일·화합 상징인 그의 음악
그 어느 시대보다 절실한 때"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는 어렸을 때부터 애증의 대상이었어요. 피아니스트라면 누구나 전곡 연주를 꿈꾸지만 지독하게도 뜻대로 되지 않는 프로그램이거든요. 미치도록 사랑했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베토벤 전문가’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최희연(57·사진)이 돌아왔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집 ‘테스터먼트’를 내놓으면서다. 9장의 음반으로 구성된 이번 신보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10년에 걸쳐 작업한 결과물이다.

최희연은 1999년부터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3년 미국 명문인 피바디음악원 교수로 임용돼 해외에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다. 오는 1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음반 발매 기념 리사이틀을 연다.

최희연은 “베토벤 음악에는 투지와 어려움을 뚫고 나가는 강한 힘이 담겨 있다”며 “내겐 베토벤이 그 어떤 드라마틱한 영화보다 신나는 작품이기 때문에 꼭 한번 전곡 녹음에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베토벤은 곡 초반에 늘 문제를 제시하는데,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고 덧붙였다.

최희연이 베토벤 소나타 전곡 녹음을 제안받은 건 2003년이다. 이듬해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계획이 중단됐고, 2015년 다시 기회가 찾아와 베토벤 소나타 전곡집을 완성했다.

그가 이번 녹음에 사용한 악기는 오스트리아 명품 피아노 브랜드 뵈젠도르퍼다. 세계 최고 피아노 브랜드로 통하는 스타인웨이보다 담백하고 고풍스러운 음색을 지닌 덕에 모차르트 베토벤 같은 고전주의 시대 음악에 적합하다는 평을 받는다.

“수제 악기다 보니 피아노마다 음색이 조금씩 다르지만, 뵈젠도르퍼는 칸타빌레(‘노래하듯이’란 뜻의 이탈리아어) 사운드가 뛰어납니다. 한 음의 지속 시간도 굉장히 길죠. 또 빈에서 태어나고 자란 뵈젠도르퍼가 만든 악기인 만큼 베토벤이 생각한 소리, 원하던 감각을 표현하는 데 더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오늘날 베토벤 음악을 들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베토벤이 침묵 기간을 깨고 진화해 간 방향은 통일과 화합이에요. 특히 후기 소나타는 합창 교향곡과 같은 평화, 형제애 관련 메시지를 담고 있죠. 세계적으로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이잖아요. 그 어느 시대보다 베토벤의 음악이 절실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