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쇼크 후…외국인, 방산·네카오·게임株 담았다

외국인 매매로 본
투자 '피난처'

한화에어로, 3·4일
외국인 순매수 1위

플랫폼 규제 완화 땐
네이버가 오히려 수혜
크래프톤, 관세무풍지대

외국인,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 매도 지속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소식이 들린 지난 3일부터 이틀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방산·IT(정보기술)·게임주를 매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인 수혜가 예상된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맞으며 전체 시가총액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대표 업종 반도체주는 투매했다.

◇ 관세 무풍지대에 쏠린 외인 자금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4일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총 546억원어치로 집계됐다. 순매수 2위와 3위는 네이버, 크래프톤이었다.

외국인들이 방위산업 대장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사들인 배경으로는 각국의 군비 경쟁이 우선 꼽힌다. 미국이 방위비 분담을 상호관세 협상카드로 사용할 것이란 예상에서다. 한국 방산 제품은 가격 대비 성능과 생산 속도가 우월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방산업체가 관세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도 매수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방산 기업의 미국 수출품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보잉에 대한 기체 부품 정도”라며 “교환 무역과 보잉의 직접적 수요를 감안하면 관세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더구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지난달 20일 대규모 유상증자 발표 후 8% 넘게 떨어진 상태다. 외국인 입장에선 가격 부담이 덜했을 것이란 얘기다.

네이버는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반사이익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각국의 플랫폼 규제를 겨냥하고 있어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최악의 비금전적(비관세) 규제를 하고 있다”며 온라인 플랫폼법에 불만을 드러냈다. 미국의 무역 압박이 한국 내 플랫폼 규제 완화로 이어지면 미국 플랫폼업체뿐만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등도 수혜를 볼 수 있다.

게임주 역시 관세 무풍지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구독료와 인앱 결제 등 무형 서비스가 주요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많이 매수한 크래프톤은 대표작 ‘배틀그라운드’와 신작 효과에 힘입어 올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 “반도체엔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

외국인 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각각 1조2663억원, 716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투매 수준이다. 1차 품목별 관세 대상에선 제외됐으나 조만간 추가될 가능성도 나왔다. 국내 기업이 주력으로 삼는 메모리 반도체는 대량생산(양산) 방식이어서 고객 맞춤형인 시스템 반도체보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작년 국내 반도체의 대미 수출액은 106억8000만달러에 달했다.

중국이 미국 조치에 대응해 34%의 고율 관세로 맞불을 놓은 점 역시 악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중국 시안과 우시에서 낸드플래시와 D램을 생산 중이다. 이틀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7.93%, 4.59% 하락했다.

시장의 관심은 반도체 대장주들의 1분기 실적으로 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8일, SK하이닉스는 이달 말 각각 1분기 실적을 내놓을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동기 대비 25%가량 줄어든 4조9430억원,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쥔 SK하이닉스는 128% 급증한 6조574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이란 게 증권가의 추산이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 충격을 공급업체가 온전히 떠안으면 판가 하락 또는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레거시(범용) 반도체 가격이 재상승 초입에 있는 만큼 과도한 우려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현주 기자 hj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