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에 中 보복 'G2 전면전'…金마저 팔아치운다

美증시, 이틀새 6.6조弗 증발…트럼프 "버텨라"

시장 패닉에도 트럼프 골프 여유
"보복관세 때린 中이 더 타격"
< 관세 전쟁 속…시진핑 기사 열독하는 트럼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주피터에 있는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으로 이동하는 전용차 안에서 뉴욕포스트를 읽고 있다. ‘친(親)트럼프’ 성향인 이 신문에는 ‘중국: 예?’라는 제목과 함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이 실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쓴 모자의 ‘45-47’은 45대-47대 대통령을 뜻한다. AP연합뉴스
상호관세 부과와 보복관세로 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정면충돌하자 미국 뉴욕증시에서 이틀 만에 1경원 가까운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쉽지 않겠지만 버텨라”며 관세 부과를 강행할 뜻을 밝혔다.

미·중 관세전쟁이 격화하면서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는 4, 5일(현지시간) 이틀간 10% 넘게 폭락하고,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도 연이틀 급락했다. 이 여파로 뉴욕증시에선 이틀 만에 시가총액 6조6000억달러(약 9652조원)가 사라졌다. 올해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기준으론 시총 약 11조1000억달러가 증발했다.

트럼프 관세 여파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로 올해 미국 경제가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간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3%에서 -0.3%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예상한 1.7%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JP모간은 전날 트럼프 관세를 이유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을 40%에서 60%로 높였다.

뉴욕증시가 폭락하는 등 세계 경제가 패닉에 빠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부터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리조트 인근에서 골프를 즐기는 등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SNS에 “이것은 경제 혁명이며, 우리는 이길 것”이라며 “버텨내라. 쉽지 않겠지만 마지막 결과는 역사적일 것”이라고 썼다. 무역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중국을 겨냥해 “중국이 미국보다 훨씬 큰 타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예고한 대로 동부시간 5일부터 모든 나라를 상대로 10% 기본관세를 발효했다. 오는 9일부터는 ‘악의적 침해국’이라고 부른 약 60개국을 상대로 상호관세를 매길 예정이다. 한국에 적용된 상호관세율은 25%다.
미국의 상호관세와 중국의 보복관세로 지난 4일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동반 폭락한 가운데 뉴욕증시에서 한 트레이더가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中, 美수입품에 34% '맞불 관세'…S&P500지수 이틀새 10% 폭락
국제유가·美 10년물 금리 줄하락…'마진콜' 닥치자 金 팔아 현금 확보

도널드 트럼프발(發) 무역전쟁이 미국과 중국의 G2(주요 2개국) 간 격돌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부과에 다른 나라들은 즉각적인 관세 대응을 자제하는 가운데 중국이 가장 먼저 보복관세로 전면전에 나서면서다. 세계의 소비 엔진인 미국과 글로벌 생산 중심지인 중국이 관세 전쟁을 시작하면서 세계 경제 침체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와 유럽 증시는 폭락했고, 국제 유가도 주저앉았으며, 안전 자산인 금값마저 급락했다.

◇미·중 관세전쟁

트럼프 행정부는 5일(현지시간)부터 모든 수입품에 10% 기본 관세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9일부터는 나라별 상호관세를 부과한다. 가장 높은 세율을 부과한 곳은 중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2월과 3월에 총 20% 추가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최근엔 34%의 상호관세까지 부과했다. 트럼프 2기 출범 후 부과된 관세만 54%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미국산 제품에 34% 보복관세를 부과했을 뿐 아니라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내렸다.

미국과 중국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자 세계 증시는 붕괴했다. 미국 S&P500지수가 이틀 새 10% 넘게 폭락했고, 뉴욕증시 전체 시가총액 6조6000억달러가 허공에 증발했다. 양국 간 보복전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불붙고, 교역량 감소로 인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JP모간체이스의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페롤리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이전 1.3%에서 -0.3%로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침체 공포가 확산하면서 국제 유가도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61.99달러로 전장 대비 7.4% 급락했다. 코로나19 때인 2021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WTI 가격은 전날에도 6.6%나 하락했다. 안전자산으로 투자자가 몰려들면서 미국 국채 10년 만기 금리는 4일 한때 연 3.864%까지 내려앉았다.

◇유동성 부족으로 금값↓

관세전쟁으로 안전 자산 수요가 커졌지만, 국제 금값은 3% 가까이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온스당 3024.2달러로 전장보다 2.9%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유동성 부족에 직면한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레버리지를 활용해 주식 매입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주가 급락으로 마진콜에 직면하면서 금 매도로 화급히 현금 마련에 나섰다는 것이다. 미국 금융산업규제당국(FINRA)에 따르면 2025년 2월 기준으로 뉴욕증시에서 레버리지 규모는 약 918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수준이다.

금 수요가 늘면서 독일 정부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맡겨둔 금 1200t가량을 인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영국의 일간 텔레그래프는 독일 차기 집권 연합의 일원인 기독민주당 고위 관계자들은 미국이 더 이상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아니라는 우려에 따라 뉴욕에 있는 독일의 금괴를 인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역전쟁은 시진핑에게 선물”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도 이날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열린 콘퍼런스 공개 연설에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지만, 관세 인상이 예상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경제적 영향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둔화를 포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금리 인하를 포함한 통화정책 경로 수정에 대해선 “적절한 경로가 어떻게 될지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증시가 폭락하는 가운데 SNS에 올린 글에서 “금리를 인하하라, 제롬. 정치를 하는 것은 중단하라”고 말하며 기준금리를 인하하라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승자로 부상시키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관세가 시진핑의 날을 만들었다’는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무역전쟁이 시 주석에게 전략적 선물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을 경제적, 전략적 블록으로 묶어 중국을 견제하도록 해온 경제적 끈을 끊어버렸다고 지적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