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역서 "트럼프, 손 떼" 시위…공화당서도 "이대론 중간선거 참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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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50개주서 反트럼프 시위
WSJ "관세정책 반대 46 → 54%"
공화 중진 "상하원 넘어갈 수도"
정부 균열 조짐…베선트 사임설
트럼프와 엇박자 내는 머스크
"유럽-미국 자유무역지대 돼야"
◇워싱턴기념탑 주변 수만 명 운집
이날 하루에만 미국 내 1400개 이상 지역에서 시위가 열렸고 시민 60만 명 이상이 참가 등록을 했다. CNN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주 의사당, 연방정부 청사, 의회 사무소, 공공기관 앞에서 “억만장자 권력 장악을 멈추라” “권력에서 손을 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싱턴DC 상징물로 백악관에서 1.6㎞가량 떨어진 거리에 있는 워싱턴기념탑 주변에서 벌어진 시위에도 수만 명이 참여했다. 예상치를 크게 넘어서는 시위 인파에 미국 경찰은 의회의사당과 백악관이 있는 내셔널몰 주변 거리를 폐쇄했다. 백악관도 예정돼 있던 봄맞이 행사를 취소했다. 런던과 파리 등 해외 도시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시위가 벌어졌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 시민 수백 명이 모여 ‘트럼프를 내쳐라’ 등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위는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후 미국인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발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관세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은 올해 1월 46%에서 4월 54%까지 크게 늘었다. 트럼프 관세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서도 ‘부정적’이란 의견(54%)이 ‘긍정적’(40%)이란 응답보다 많았다.
WSJ는 “관세가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약속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리더십이 인플레이션 문제로 흔들리고 있는 점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우군으로 꼽히는 공화당 중진 의원도 그의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대표적 강경 보수 성향 공화당 정치인인 테드 크루즈 텍사스주 연방상원의원은 이날 팟캐스트에서 “지구상의 모든 국가가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끔찍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심각한 불황에 빠지면 내년 중간선거는 대참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하원뿐만 아니라 상원도 민주당에 넘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베선트 재무장관, 관세 결정서 밀려”
트럼프 정부 내부 인사 간에도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시사 잡지 ‘뉴리퍼블릭’은 MSNBC 사회자 발언을 인용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사임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금융인 출신인 베선트 장관은 정부 내에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밀려 정책 결정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블룸버그통신은 “관세 부과 발표 전부터 월가의 거물급 인사 일부가 베선트 장관에게 (관세 정책과 관련해) 비공식적 도움을 요청했다”며 “하지만 이번 상호관세 정책 수립 과정에서 그는 정책의 주요 주도자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관세 정책과 관련해 엇박자를 내고 있다. 머스크 CEO는 이날 이탈리아 극우 정당 ‘라 리가’ 행사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미국과 유럽이 이상적으로는 무관세 체제로 나아가 자유무역지대를 실질적으로 창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나바로 고문을 향해 우회적으로 불만도 표출했다. 머스크 CEO는 “(나바로 고문의) 자아가 두뇌보다 더 큰 문제로 귀결된다”고 비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