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물러간 안국역·광화문…상춘객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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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파면 후 일상 회복한 탄핵 찬반 집회 성지
헌재 주변 '진공상태' 모두 해제
통행 허용·완연한 봄날씨 힘입어
북촌 등에 외국인 관광객 돌아와
지난 2주간 사실상 개점휴업
"손님·매출도 평년 수준 회복"
경찰 "헌재 경계·경호는 지속"
윤석열 대통령 파면 후 첫 주말인 6일 ‘베이글 맛집’으로 알려진 런던베이글뮤지엄 서울 안국점 입구에는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 개장 시간인 오전 10시부터 빠르게 올라간 대기 번호는 한 시간 만에 386번까지 치솟았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찬반 시위로 몸살을 앓았던 안국동과 광화문 일대에 나들이객과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4개월 가까이 이어진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 끝나면서 관련 집회 및 시위도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다만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리는 윤 전 대통령 지지단체의 집회는 당분간 이어질 예정이어서 경찰은 경계 태세를 유지할 계획이다.
◇집회에 몸살 앓던 도심…활기 되찾아
윤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당일인 지난 4일 재동 헌법재판소 청사 주변 150m에 설치된 4m 높이의 플라스틱 가벽과 경찰버스 차벽이 이날 상당부분 철수했다. 경찰이 일반인의 헌재 진입 자체를 막았던 ‘진공 상태’가 해제된 것이다.자유로운 통행이 가능해지면서 북촌 일대를 찾은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 수백여 명은 모처럼 봄나들이를 한껏 즐겼다. 한복을 입고 골목에서 연신 셔터를 누르던 일본인 관광객 기시다 마유(26)는 “안국역 인근 통제가 심하다는 얘기를 듣고 한옥 거리 사진을 못 찍을까 봐 마음을 졸였는데 다행”이라고 말했다. 재동초·덕성여고 등 탄핵 선고 당일 휴교한 학교도 월요일인 7일부터 정상 등교가 시작될 예정이다.
주변 상인도 상권 회복 기대를 내비쳤다. 헌재 인근 빵집에서 일하는 박모씨(34)는 “매일 1인 시위자들이 ‘빨갱이 문형배’ ‘중국 경찰은 해체하라’ 같은 극단적인 구호를 외치고, 경찰의 검문·검색도 심해 2주 동안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며 “오늘은 손님 수가 평소 수준을 회복해 윤 대통령 파면 선고를 기점으로 매출도 바닥을 찍고 올라갈 것 같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에 즐비하던 ‘불법 천막’들도 모두 철거돼 격렬했던 시위 현장의 모습은 온데간데 찾아볼 수 없었다. 연일 이어지는 집회로 미뤄진 마라톤 대회 등 각종 행사도 정상적으로 열렸다.
◇“우발사고 막아야” 긴장 못 푸는 경찰
시민은 일상을 되찾았지만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어떤 우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만큼 헌재의 경호·경비는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날 헌재 청사는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삼엄한 경계가 지속됐다. 담장을 따라 늘어선 경찰버스 차벽은 그대로 유지됐고, 정문 앞 인도에서는 통행자 신원을 일일이 확인하며 일반인의 출입을 막았다. 경찰 관계자는 “지지자의 우발적인 행동을 막기 위해서라도 헌재에 대한 경계·경비는 일정 기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경찰은 지난 5일 오후 6시40분을 기해 서울에 발령한 ‘을호비상’을 ‘경계강화’ 단계로 하향 조정했다. ‘경계강화’는 갑호비상이나 을호비상처럼 전면적인 병력 투입은 없지만, 경찰관들의 출동 대기와 비상연락 체계는 유지된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의 집회가 이어지는 동화면세점 주변도 마찬가지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동화면세점~시청역 일대에서 주일 예배 집회를 열고 ‘국민 저항’을 주장했다. 행사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최대 6000명이 참가했다. 이날 집회에선 평소와 다르게 태극기·성조기와 손팻말 등은 보이지 않았다.
정희원/김다빈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