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0조 '매물폭탄' 쏟아붓자…빚투 몰린 종목들 '덜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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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외인, 6거래일 연속 현·선물 동반 매도
尹 대통령 탄핵에도…증시 마감 후 환율 치솟아
뉴욕증시도 이틀 연속 패닉 이어져
"AI 모멘텀 받은 반도체 관련주 반대 매매 위험 가중"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6일을 고점(2643.94)으로 최근 7거래일 동안 6.75% 하락, 지난 4일 2465.42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하락을 주도한 건 외국인이다. 지난달 중순께부터 유가증권시장 현물주식과 코스피200선물을 대거 사들였지만, 이후 방향을 틀어 같은달 27일 선물 매도를 시작했다. 이튿날인 3월28일부터 6거래일 연속으로 코스피의 현·선물을 동반 순매도했다. 이 기간 순매도 규모는 현물주식 6조5047억원과 코스피200 선물 3조7853억원으로, 현·선물을 합치면 10조원을 넘어선다.
당초 지난달 31일 공매도 거래가 전면 재개되면서 ‘롱-숏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된 외국인 수급이 유입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기도 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불확실성으로 외국인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는 정황도 서울외환시장에서 포착됐다. 지난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내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30원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한국증시 마감 무렵부터 원·달러 환율은 급격히 오르더니 야간 시장을 거친 뒤 종가는 전일 대비 7.5원(0.52%) 상승한 1461원을 기록했다. 당일 저점 대비 30원 가까이 튀어 오른 것이다.
미국 관세 정책으로 인한 글로벌 증시 불안도 이어지고 있다. 주요국 증시 증 뉴욕증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 이튿날인 3일(현지시간) 나스닥지수는 5.97% 폭락했고, 이튿날인 4일엔 5.82%가 더 빠졌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이틀간 급락했다. 이틀 동안 뉴욕증시 3대지수에서 증발한 시가총액 규모는 약 6조6000억달러(약 1경원)에 달한다. 아직 한국 주식시장에는 뉴욕증시가 지난 4일 급락한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
국내 증시 낙폭도 커지면서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큰 종목들의 반대매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고려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서비스 기준 △지난 4일 기준 신용융자잔고 금액이 시가총액 대비 3% 이상이고 △최근 한 달 사이 신용융자잔고 금액이 늘었으며 △지난달 26일 이후 하락기에는 신용융자잔고가 감소하는 와중 주가가 10% 이상 하락한 종목 14개를 추렸다.
퀄리타스반도체에 더해 시노펙, 켐트로닉스, 램테크놀러지, 한양디지텍, 와이엠티, 삼성공조 등 모두 7개의 반도체 관련 종목들의 반대매매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 패키징 소재를 생산하고 있는 켐트로닉스는 시총 대비 신용융자잔고 금액 비율이 8.71%에 달했다. 지난달 26일 이후 주가가 12.65% 하락하는 동안 신용융자잔고 금액은 347억원에서 314억원으로 9.55% 감소했다.
엔비디아가 AI 가속기의 액침냉각을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소식에 매수세가 몰렸던 삼성공조의 시총 대비 신용융자잔고 비중도 7.68%에 달했다. 주가는 지난 7거래일 동안 10.21% 하락했고, 신용융자잔고 금액 감소폭은 4.88%로 아직 크지 않았다.
반도체 이외 종목 중 M83과 팬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 관련 종목도 반대매매 위험을 경계해야 할 종목으로 꼽혔다. 특히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폭삭 속았수다’의 인기몰이로 상승세를 탔던 팬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증시 하락세가 가팔랐던 6거래일 동안 주가는 10.99% 빠졌고, 신용융자잔고 금액이 54억원에서 43억원으로 21.48% 줄었다. 신용융자잔고 금액 감소폭이 가장 컸다. 시총(699억원) 대비 신용융자잔고 금액 비중은 6.1%였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