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금리인하, 日 추경 카드…대만은 "22兆 풀겠다"

관세發 '블랙 먼데이'…亞증시 초토화
코스피, 5%대 폭락 '사이드카'…日·中·대만도 급락

트럼프 '관세폭주'에 글로벌 경기침체 공포 겹쳐
항셍-13%, 닛케이-7.8%…코로나 이후 최악
< “많은 나라, 美와 협상에 안달”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사저에서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관세 정책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많은 나라, 美와 협상에 안달”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사저에서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관세 정책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글로벌 관세 전쟁으로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공포가 아시아 증시를 집어삼켰다. 한국 일본 대만 등 증시에서 앞다퉈 패닉셀(공포에 따른 투매)이 나오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수준의 급락장이 연출됐다.
7일 코스피지수는 5.57% 급락한 2328.20에 거래를 마쳤다. 오전 9시12분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5분간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 정지)가 발동됐다. 작년 8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코스닥지수는 5.25% 밀린 651.30에 마감했다.

다른 아시아 주요국 증시의 낙폭은 더 컸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9.70% 떨어졌다. 지난 3~4일 청명절 연휴로 휴장한 대만 증시는 상호관세 영향을 처음 소화하며 1990년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7.83%,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7.34%, 홍콩 항셍지수는 13.22% 급락했다.

내심 ‘협상 카드’라고 여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강도 관세 정책이 현실화하자 세계 경제가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플로리다주에서 워싱턴DC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1조달러”라며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투자자들이 기대한 ‘트럼프 풋’(증시 부양책)이 요원해졌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로 자신의 SNS에 “중국, 유럽연합(EU) 그리고 다른 많은 나라와 막대한 (무역)적자 문제를 안고 있다”며 “유일한 해결 방법은 관세”라고 썼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각국의 최종 관세율은 물론 관세가 글로벌 경기에 미칠 영향 등 모든 게 베일에 싸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5대 금융지주와 정책금융기관을 소집한 자리에서 “100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 집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역시 ‘트럼프 관세’ 충격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꺼낼 태세다. 인민일보는 중국 당국이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 등 통화 완화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관세發 증시 폭락…각국, 대응책 마련 총력전
中, 이르면 21일 통화정책 완화…지준율 인하·재정지출 확대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7일 시장에서 ‘블랙먼데이’가 연출된 가운데 중국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르면 이달 21일 열리는 인민은행의 정기 정책 결정 때 기준금리가 인하될지 주목된다. 일본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검토하기로 했고, 대만은 시장 안정을 위해 22조원을 풀겠다고 밝혔다. 각국이 ‘트럼프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중국, 내수 부양에 무게

< 보란 듯이…>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장에서 드라이버로 티샷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SNS에 올린 7초 분량의 영상 일부다. /트루스소셜 캡처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1면 논평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를 두고 “중국 정부는 필요시 기준금리와 금융기관 지급준비율 인하, 재정적자 확대, 특별 국채와 지방정부 특수채 발행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는 매월 20일 또는 휴일인 경우 다음 영업일에 발표된다. 이르면 오는 21일 중국의 기준금리 및 지준율 인하 등 통화 완화 조치를 꺼낼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인민일보는 또 “내수 확대를 위한 비상조치와 자본시장 안정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이 시행될 것”이라며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대책도 순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관세 피해를 본 산업과 기업에 맞춤형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기업들이 미국 외 시장 개척과 내수 중심의 전략을 짜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은 중국에 20%의 추가 관세에 이어 최근 34%의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중국도 이에 맞서 미국산 원유, 석탄 등에 최대 15%, 농산물에 최대 15% 보복관세를 매긴 데 이어 모든 미국산 제품에 34%의 상호관세로 맞불을 놓기로 한 상태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의 수출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관세전쟁까지 격화하면서 중국 당국이 올해 제시한 ‘5% 성장률’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비관론도 확산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기준금리 인하 등을 거론한 배경이다.

◇기업 구제 나선 일본·호주

일본은 추경 편성을 검토하고 나섰다. 미국이 일본산 제품에 24%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이제 막 침체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일본 경제가 다시 고꾸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이날 참의원 결산위원회에서 트럼프 관세에 대해 “이번 관세는 국난이라고 할 수 있는 사태”라며 “가능한 한 빨리 미국을 방문해 필요하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것”이라고 했다.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이 일본에 부과한 관세율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4일엔 취임 후 처음으로 여야 당대표 회의를 주재했다. 관세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전국 1000여 곳에 상담창구를 설치해 중소기업의 금융 지원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대만도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꺼낼 태세다. 연합보 등 대만 매체에 따르면 줘룽타이 대만 행정원장(한국의 국무총리 격)은 5일 중앙은행장과 재무장관 등이 참여하는 고위급 회의에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시장)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대만 연합보는 이날 회의에서 5000억대만달러(약 22조원) 규모의 국가금융안정기금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만은 미국으로부터 32%의 상호관세를 부과받았다.

호주 정부도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응해 10억달러 규모의 무이자 대출을 제공할 방침이다.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지난 3일 ‘경제 회복력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관세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들이 새로운 수출 기회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에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무이자 대출도 지원하기로 했다. 기존 150억달러 국가재건기금에서 일부를 전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전략 비축물자 확보에 나서고, 정부가 철강·알루미늄 등을 조달할 때 호주산을 우선 구매하기로 했다.

심성미 기자/뉴욕=박신영 특파원/이혜인 기자/도쿄=김일규 특파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