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선 원전 80년 쓰는데…韓선 '계속운전' 심사때마다 멈춰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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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 2년째 멈춰선 고리 2호기 총손실 1.5兆
韓, 계속운전 원전 한 곳도 없어
고리 2호기, 10년 수명 연장해도
심사기간 제외…8년만 이용 가능
美선 심사기간 임시 운영 가능
전세계 앞다퉈 수명연장 착수
신규 건축보다 비용 42% 저렴
프랑스는 최초 수명 60년 추진

◇9월 재가동도 미지수

한수원이 고리2호기를 2년 넘게 놀리게 된 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여파 때문이다. 국내 원전은 원자력안전법 등에 따라 설계 수명이 끝나기 2~5년 전에 운영변경허가(계속운전)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고리2호기의 계속운전 신청을 차일피일 미뤘다. 그러다 가동 중단 직전에 계속운전을 신청하는 바람에 2년 넘게 원전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전별로 계속운전을 순차적으로 신청해 심사 인력이 분배됐어야 하는데 (탈원전 여파로) 10기의 계속운전 신청이 비슷한 시기에 몰려 심사 시간이 더 늘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고리2호기가 올해 10년 수명 연장을 인가받아도 실제 운전 기간은 8년이 채 되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원안위의 심사 기간만큼 추가 수명(10년)을 갉아먹는 구조여서 심사가 길어지면 10년 추가 기간을 온전히 이용할 수 없다.
국내에서 운영되는 원전 24기 가운데 계속운전 중인 원전은 한 곳도 없다. 과거에도 국내에서 계속운전이 허가된 사례는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두 기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10년 추가 기간을 채운 사례는 고리1호기 하나뿐이다. 2022년까지 계속운전을 승인받은 월성1호기가 2019년 12월 조기 폐쇄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화두 된 계속운전
그사이 원전 계속운전은 글로벌 화두로 떠올랐다. 전기 수요는 폭증하는데 탄소 배출량은 줄여야 하는 각국 정부가 원전 계속운전에 주목하면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에 따르면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해 운영하면 발전단가(LCOE)는 ㎿h당 31.1달러로 대형 원전을 새로 짓는 데 드는 비용에 비해 42%가량 낮다. OECD NEA는 “계속운전이 가장 효과적인 탄소중립 이행 수단”이라고 평가했다.지난해 12월 기준 세계 가동 원전 439기 중 238기(54%)가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고, 이 중 204기(46%)가 수명을 연장했다. 미국에서는 가동 원전 94기 가운데 86기(91%)에 계속운전 허가가 떨어졌다. 미국은 20년씩 최대 두 차례 연장이 가능하다. 한 번 신청으로 10년 연장만 가능한 우리나라와 달리 원전이 한번 세워지면 80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원전 수명 연장을 적기에 신청하면 임시로 계속운전을 할 수 있는 점도 우리나라와 다르다. 미국에선 수명이 끝나기 20년 전부터 연장 신청이 가능하고, 늦어도 5년 전에 신청하면 승인이 날 때까지 중단 없이 계속 가동할 수 있도록 했다.
◇新정부 개혁 골든타임 지켜야
우리나라에서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끝나는 원전은 고리2호기 외에 고리3·4호기, 월성2·3·4호기, 한빛1·2호기, 한울1·2호기 등 10기에 이른다. 이들의 발전용량은 총 8.46GW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새 정부가 신속히 계속운전 제도를 개선해야 국민이 무탄소 전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프랑스 국영 원전기업 EDF는 원전의 최초 수명을 60년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사업자 입장에서는 안전성을 높이는 핵심 설비를 추가하고 싶어도 10년이 안 되는 추가 사업기간으로는 경제적 타당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추가 수명을 20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장=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