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전자냐 5만전자냐"…1분기 실적 발표 앞두고 '두근두근' [종목+]

'관세전쟁' 폭풍 속 삼성전자 오늘 1분기 잠정 실적 발표
"영업익 5.2조·매출액 77.1조 예상"

"증시 이성적 상황 아냐…주가 하단 예측 의미 없어"
"반도체 분야 품목 관세 조만간 발표"
사진=김범준 기자
8일 1분기 잠정 실적을 내놓는 삼성전자 주가 향방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에 증시가 패닉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실적마저 예상외로 부진할 경우 '5만전자'(삼성전자 주가 5만원대)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5조2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대비 22% 감소한 규모다. 증권사별로 4조6000억~5조8000억원을 예상했다. 매출액 컨센서스는 77조1000억원으로 예상됐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 1분기 메모리 약세에 따른 실적 부진을 예고한 바 있다. 레거시(전통) 반도체인 모바일과 PC용 D램 수요 약세로 생산량 증가율이 한 자릿수 후반대로 줄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역시 미국 정부의 HBM 중국 수출 통제 등 영향으로 판매 부진을 전망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대비 HBM 판매 수량이 75% 이상 감소해 D램 평균 판매 단가 하락폭이 클 것으로 추정한다"며 "파운드리와 시스템 LSI는 지난해 4분기와 유사한 2조원 중반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도 "D램에서 HBM의 비중이 1분기에 다소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D램 영업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 예상치를 주요 증권사 중 가장 높게(5조8000억원) 전망하며 "가전을 제외한 전 사업부 실적이 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최근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여파에 부정적 영향을 받으면서 삼성전자 주가가 호실적은 외면하고 실적 악화에만 반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날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 품목관세 예고에 장중 각각 5.35%와 10.1% 급락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11월14일 종가기준 4만원대(4만9900원)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24일 6만1700원까지 빠르게 치고 올라갔지만 트럼프가 예상외로 높은 관세율을 발표하면서 불과 10거래일 만에 5만3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이날 공개되는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하면 가뜩이나 증시 투자심리가 악화한 상황에서 4만원대로 주저앉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이성적이라고 보기 힘든 상황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저점 등의 논리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며 "문제가 단기간에 깔끔하게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추가적인 노이즈가 발생하면 낙폭이 더 나올 수 있는 상황이며 반등한다고 하더라도 그 폭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앞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오는 9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미국의 무역 상대국에 대한 상호관세와 관련해 관세 부과를 연기하거나 유예할 가능성이 없다고 지난 6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반도체 분야 관세 도입이 "아주 곧(very soon)"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정부 간 후속 협상을 통해 세율 조정이 가능한 상호관세와 달리 품목관세는 조정 여지가 적어 삼성전자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한국 반도체 기업의 매출 중 미국으로의 직접 수출 비중은 15~20% 수준으로 전체 매출에 미치는 악영향은 1.3~1.7%에 불과하지만, 이는 단순 또는 직접적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관세 부과 대상인 중국, 대만, 베트남 등지에서 한국 반도체를 탑재해 생산된 IT 세트가 미국으로 수출될 경우 한국 반도체에 대해 미치는 간접적인 악영향, 가격 상승에 따른 IT 소비의 둔화, 이에 따른 반도체 주문 축소 영향을 포함하면 실제 영향은 6%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