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안 팔려요'…그렇게 술 좋아하던 한국인들, 무슨 일?

소비위축에 카드 안 쓰고…술자리도 안 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작년 말 불법 계엄과 제주항공 참사 등으로 위축된 소비심리가 술자리까지 덮쳤다.

8일 한국신용데이터가 발간한 '소상공인 데이터 인사이트-주류 매입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음식점 주류매입액 평균이 약 137만원으로 전년 동기(약 145만원)보다 5.5% 급감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지난달 기준 경영 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이용 중인 사업장 중 2023∼2024년 주류 매입 경험이 있는 사업장 4만여곳의 데이터를 추출해 분석했다고 밝혔다.

음식점 주류매입액은 지난해 1∼2분기 142만원대에서 3분기 139만원, 4분기 137만원으로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연간 월평균 주류매입액은 약 139만원으로, 2023년과 비교해 2.7% 감소했다.

한국신용데이터 측은 지난해 말 내수 부진에 계엄 등이 겹쳐서 각종 심리지수가 하락하는 등 소비심리가 위축돼 주류매입액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과 소비자 등 모든 민간 경제주체의 경제 상황 심리를 나타내는 경제심리지수(ESI)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계절적 요인을 제거한 ESI·순환변동치는 지난해 7월 93.6 이후 매달 하락해 지난해 12월에는 90.2로 내렸으며 지난달 기준으로는 87.3까지 쪼그라들었다. ESI는 100을 밑돌면 기업과 가계 등 모든 민간 경제주체의 경제 심리가 과거보다 나빠졌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해 연말 특수를 앞두고 계엄사태, 제주항공 참사 등으로 모임 등이 취소된 탓에 소상공인들의 타격이 컸다고 분석한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해 소상공인 163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8.4%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국세청 폐업 신고 사업자(개인·법인)는 2023년 98만6487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소상공인 업계는 지난해 폐업 신고 사업자가 100만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탄핵 선고 지연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소비심리 위축 장기화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3월 셋째 주(15∼21일) 신용카드 이용금액도 4주 전보다 0.9% 줄었다.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2월 마지막 주(22∼28일) 49.8% 급증한 뒤 3월 첫째 주(1∼7일) 1.5%, 둘째 주(8∼14일)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업종별로는 3월 셋째 주 기준 숙박서비스업 이용 금액이 4주 전 대비 20.0% 감소했다. 교육서비스업도 14.3% 줄었다. 음식·음료 서비스업은 2.8% 증가했고, 식료품·음료업은 7.0% 늘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