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무섭게 팔아치우더니…'반토막 났다' 비명 [종목+]

전력기기 3사, 2월 최고가 대비 40% 넘게 빠져
AI 고점론에 트럼프 관세 강행 여파로 투심 훼손
증권가 "전력기기 시장 공급 우위…영향 단기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LS ELECTRIC), 효성중공업 등 국내 전력기기 기업 주가가 고꾸라지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의 인공지능(AI) 투자 고점론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여파로 강하게 조정받는 모습이다. 다만 증권가에선 전력기기 시장에서의 공급자 우위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관세 영향이 단기에 그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변압기 등 전력기기를 생산하는 HD현대일렉트릭은 전날 12.54% 급락한 26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월 기록한 최고가 45만원 대비 41.11%나 빠졌다. LS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은 전날 하루 동안에만 각각 10.8%와 8.81% 급락했다. 이들 주가도 지난 2월 기록한 최고가 대비 각각 49.62%와 28.32% 밀린 수준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최근 한 달(7일 기준)간 HD현대일렉트릭을 2019억원어치 팔아치우며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이들은 같은 기간 LS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도 각각 484억원과 16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동안 전력기기주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변압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수익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투자를 더 이상 늘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주가에 반영됐던 기대감은 꺾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투자심리가 더욱 악화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모든 수입산 제품에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오는 9일부터 국가별 상호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한국산에는 25%의 고율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이에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의 미국 수출 비중이 큰 전력기기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타격을 크게 입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효성중공업 등 전력기기 3사의 매출액 중 북미 수출 비중은 약 20% 수준이다. 수주잔고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이상으로 상호관세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증권가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변압기 시장에서는 여전히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이 가격 협상력을 바탕으로 관세 영향을 축소해나갈 것이란 설명이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초고압 변압기의 경우 미국 내 자급률이 20% 수준에 그친다"며 "비탄력적인 생산량(CAPA) 정책과 숙련공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미국 내 생산설비 확장은 제한적이고, 리드타임은 3년 이상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어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요 업체들은 이미 수주한 프로젝트에 대해 관세 부과분을 가격에 전가하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포함했다"며 "에스컬레이션 조항이 없던 프로젝트들도 사후적으로 가격을 협상할 여지가 남아 있어 단기적으로는 관세 영향이 있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일부 수요처들은 미국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로 관세를 부담하더라도 납기를 맞추길 원한다"며 "미국 내 전력기기 공장 부족과 공급자 우위 시장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미국에 공장을 지어 일자리를 창출해 달라는 것"이라며 "결국 미국 전력 사용은 증가하고 전력기기 업체들은 관세를 극복해 수요를 확대하며 실적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