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가·저금리 저문다…'트럼프 시대' 월가 전설의 투자법 [빈난새의 빈틈없이월가]

하워드 막스가 짚어주는 트럼프 시대의 전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충격파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불과 올 2월 6,110을 넘으며 신고가를 썼던 S&P500은 불과 약 40일 만에 1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월스트리트는 올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까지는) 아랑곳 않고 강경하게 관세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오는 9일 상호관세 발효를 앞두고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과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지만, 설사 모든 상호관세가 철회되는 기적같은 일이 생기더라도 이미 발효된 10% 보편관세는 이제 당연하게 유지되는 수순으로 보입니다. 전후 80년 간 유지되어온 자유무역 체계와 기존의 세계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금 벌어지는 이 패러다임의 전환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반 세기만에 닥친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필요할까요? 2000년 닷컴버블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한 '월가의 전설'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공동설립자 겸 회장의 혜안을 엿봅니다.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공동창업자 겸 회장. 한경DB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공동창업자 겸 회장. 한경DB
▷현재까지의 주가 하락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전 세계가 너무나 유동적이며 급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부분의 투자자가 최악을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했지만, 문제는 주가가 너무 많이 떨어진 것인지, 적정한 수준까지 떨어진 것인지, 여전히 더 떨어져야 하는 것인지 누구도 답을 줄 수 없다.

▷잠재적인 패러다임 전환의 영향을 어떻게 측정하는가.

정량적인 측정은 불가능하다. 지금 벌어지는 변화를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그 영향을 어떻게 추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은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체계에서, 무역이 제한되고 미국이 고립에 한 발 더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전후 자유무역의 확대로 전 세계의 후생은 증진됐다. 미국은 세계화로 인해 실질 내구재 가격이 25년 간 40% 하락했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왔다. 자유무역이 사라지면 이런 저물가의 혜택이 사라진다.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그로 인해 금리가 상승하면 주가수익비율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이 혼란(dislocation)의 시기라면 투자를 할 때인가.

지금은 50여년의 투자 경력 중 가장 큰 변화와 혼란의 시기다. 현재까지의 자산 가격 하락이 적정한지, 과도한지, 더 하락해야 하는지는 모든 투자자가 각자 판단해야 한다. 과도하다고 생각하면 뛰어들어야 하고, 적정하지 않다면 추가 조정을 기다려야 한다. 수치적으로 정답은 없다. 위대한 투자자들이 위대한 것은 그 판단을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판단이 지금은 특별히 더 어렵다. 미래가 어떻게 될 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를 포함한) 최근의 일들로 세계 경제와 그 이면의 지정학적 상황, 그리고 국제 관계는 마치 스노우볼처럼 뒤집혔다. 나는 원래도 나 자신을 포함한 그 누구의 거시 경제 전망을 믿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보통의 상황보다 더 모르는 것이 많다. 각자 전망이 무엇이든 옳을 확률이 그 어느 때보다 낮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미래가 어떻게 될 지 알 확률이 그 어느 때보다 낮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야 할 때인가 두려워할 때인가.

백화점이 세일을 하고 있다. 가격이 떨어졌으니 매수를 생각해봐야 한다. 가격이 더 떨어질지, 이 가격이 적정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둘러보긴 해야 한다. 사람들은 보통 가격이 떨어지면 모두 시장을 탈출한다. 더 큰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저 세일이 열렸을 뿐이다.

▷미국이 여전히 가장 좋은 투자처라고 생각하는가.

아마도 그렇지만 이전보다는 덜 좋아졌다. 법치, 예측가능성 등 미국을 가장 좋은 투자처로 만들어줬던 여러 이유들이 이전보다 약해졌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미국의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렸던 최악의 요인은 재정 적자와 막대한 부채였다. 미국은 이제껏 한도 없는 블랙카드를 들고 영원히 청구서를 받지 않는 사람처럼 행동해왔다. 하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그 상황을 바꿀 것인가? 이번 일로 인해 카드 한도가 생길 것인가? 청구서가 결국 날아올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진정한 리스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갈등을 일으켜 사람들이 더 이상 달러를 좋아하지 않고 미국채를 무제한 보유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재정 상황은 매우 복잡해질 것이다.

뉴욕=빈난새 특파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