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망한다" 저주 받았지만…끝내 경제대국 만든 '복덩이' [김익환의 부처 핸즈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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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산 잇는 '경부고속도로'
지난해 말 장부가치 12조 웃돌아
1970년 개통당시 건설비 430억
가치 430억→12조 280배 뜀박질

"극소수 부자들을 위한 도로에 절대 반대한다."
1967년. 정부가 경부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밝히자 난리가 났다. 당시 야권 정치인이었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물론 고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지식인들이 들고일어났다. 당시 자동차 보급도 미진한 만큼 국토를 가로질러 도로를 내는 데 대한 비판적 인식이 상당했다. "극소수 부자들의 유량길을 뚫는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1968년 2월 1일. 박정희 대통령은 당시 이 같은 비판을 이겨내고 경부고속도로 착공에 나섰다. 육군 공병대까지 투입된 끝에 1970년 7월 7일 428㎞ 길이의 고속도로로 준공됐다. 이 고속도로의 가치는 지난해 말 12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건설비(430억원)에 비해 280배가량 불어난 것이다. 국가가 보유한 최고가 자산인 것은 물론 한국이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데 핵심 자산으로 도약했다. 경부고속도로가 개통할 당시 1970년 260달러였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지난해 3만6624달러로 140배 이상 늘었다.
정부가 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4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보면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고속도로의 재산가치(장부가치)는 12조931억원으로 집계됐다. 국유재산 가운데 가장 비싼 자산으로 집계됐다. 전년(11조9833억원)에 비해 1098억원가량 불었다.
경부고속도로의 장부가치는 당시 건설비(430억원)에 비해 279배 불었다. 경부고속도로에 이어 인천과 강릉을 잇는 영동고속도로(8조1259억원), 서울과 목포를 잇는 서해안고속도로(7조9511억원) 등의 순으로 장부가치가 높았다. 철도의 경우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선(7조6073억원)의 가치가 가장 높았다.
세종과 대전, 서울, 과천 등에 자리 잡은 정부청사의 장부가치는 8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정부세종청사의 가치가 3조4697억원으로 가장 가치가 높았다. 그 뒤를 대전청사(2조6679억원), 서울청사(1조3899억원), 과천청사(930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경부고속도로와 정부청사 등을 비롯한 국가자산은 3221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에 비해 211조원 증가했다. 작년 자산이 큰 폭으로 불어난 것은 국민연금의 지난해 운용수익률이 15%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결과다. 국민연금의 유동·투자자산은 전년에 비해 169조5000억원가량 불었다. 지난해 말 국가부채는 2585조8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46조3000억원 증가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