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재정 공염불…나라살림 적자 100조 재돌파

2024회계연도 국가결산
작년 관리재정수지 -104.8조원
세수펑크에…GDP 대비 적자비율 4.1%
국가부채는 1175.2조 역대 최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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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나라살림 적자 규모가 100조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로 대규모 추경을 편성한 2020년과 2022년에 이어 적자 폭이 역대 세 번째로 커졌다. 경기가 움츠러들면서 기업 등에서 거둬들인 세수가 추산치에 비해 줄어든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가 씀씀이 구조조정을 머뭇거릴 경우 정부의 재정 기조인 '건전재정'과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8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2024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4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결산(87조원)보다 17조7000억원 증가했다. 당초 예산안(91조6000억원)보다도 13조1000억원 불었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한 금액으로 실질적 정부의 재정 상태를 나타낸다.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코로나19가 휩쓸면서 추경이 이어진 2020년(적자 112조원), 2022년(적자 117조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2020년과 2022년에 정부는 각각 66조8000억원, 78조9000억원의 추경 편성에 나섰다.

하지만 추경을 하지 않은 지난해에도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100조원을 넘어섰다. 이처럼 적자가 불어난 것은 경기가 나빠지면서 법인세 수입이 감소한 결과다. 지난해 총세입은 535조9000억원으로 정부가 편성한 예산(550조원)보다 14조1000억원 적었다.

이 가운데 작년 국세 수입은 전년에 비해 7조5000억원 줄어든 336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지난해 예산안 때 밝힌 2024년 국세수입 추산치(367조3000억원)에 비해 30조8000억원이나 적었다. 세수 결손 규모가 30조원을 웃돈 것이다. 지난해 세수 결손은 2023년 기업이 부진한 실적 부진으로 법인세 수입이 62조5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7조9000억원을 줄어든 영향이 컸다. 정부는 지난해 추경 편성을 자제하는 등 씀씀이를 억제했지만 쪼그라든 세수에 발목이 잡혔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4.1%로 조사됐다. 지난해 예산안(3.6%)보다 0.5%포인트 높았다.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묶는 재정준칙을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준수하지 못한 것이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2019년 2.7%에서 이듬해 5.4%로 치솟았다. 건전재정을 재정 기조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5.0%)과 2023년(3%)에도 3%를 웃돌았다.

적자 폭이 커지면서 지난해 말 국가채무는 1175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48조5000억원 늘어난 것은 물론 사상 최대 규모다. 국가채무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진 빚 중에서 상환 시점과 금액이 확정된 부채를 의미한다. 국채, 차입금 등 정부가 직접적으로 상환 의무를 지고 있는 나랏빚을 가리킨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6.1%로 나타났다. 전년에 비해서는 0.8%포인트 줄었다.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2549조1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48조원가량 불어난 결과다.

지난해 갓난아이까지 포함해 전 국민이 1인당 떠안고 있는 국가채무는 2270만원으로 집계됐다. 확정된 나랏빚인 국가채무에 공무원연금 등 아직 확정되지 않은 빚까지 합친 국가부채는 지난해 2585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2439조5000억원)보다 146조3000억원 증가했다. 재정적자 보전을 위한 국채발행 잔액이 51조2000억원 늘었고, 공무원·군인연금의 현재 가치액(연금충당부채)이 82조7000억원 증가했다.

앞으로 재정 건전성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오는 6월 3일 대선 직후 들어설 새 정부가 '슈퍼 추경'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김익환/이광식/남정민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