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갈 돈 없어요" 경기불황 이정도라니…병원만 웃었다

"병원은 건강 문제니 아낄 수 없지만, 다른 건 다 아끼고 있어요"

경기불황으로 인해 지난 3월 소비자들이 주머니를 닫고 꼭 필요한 것에만 지출을 감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등 필수적인 소비는 하면서 여행·가구·문화·패션·식음료 등 줄일 수 있는 소비 항목은 크게 줄였다.

14일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3월 소아과의 카드 결제 추정액은 6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5% 높아졌다. 소아과는 환절기 날씨가 변덕스럽고, 독감 등이 유행하면서 수요가 늘었다. 대학병원(15.0%), 피부과(10.1%), 내과(9.4%) 등도 카드 결제액이 많아졌다. 경기가 어려워졌지만 건강을 위한 지출은 감행했단 얘기다.
병원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은 힘든 3월을 보냈다. 여행 업종은 전년 동기 대비 28.8% 쪼그라들며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하나투어(-4.5%) 모두투어(-7.5%) 레드캡투어(-43.4%) 등 주요 기업이 모두 부진했다. 여름 휴가 패키지 예약 등을 하는 사람들이 줄었다.

가구나 가전 등 당장 바꾸지 않아도 되는 품목도 잘 팔리지 않았다. 가구의 카드 결제 추정액은 전년 대비 11.3% 쪼그라들었다. 가전·전자 업종도 7.2% 빠졌다. 3월은 결혼 시즌과 신제품 출시 등으로 매출이 좋은 달임에도 지난해보다 부진했다.

문화 생활도 줄였다. 스포츠·문화·레저 카드 결제액이 1조4972억원으로 전년 대비 7.8% 줄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CGV와 메가박스 카드결제액이 전년 대비 각각 37.1%, 35.0%씩 빠졌다. 사치재적 성격이 있는 옷도 마찬가지였다. 의복·의류 카드 결제액은 6312억원으로 전년 대비 7.6% 떨어졌다. 유흥(-6.7%), 편의점(-4.1%), 마트(-4.0%), 한식(-3.9%) 등도 줄줄이 하락했다.
유통업체들은 2분기에도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상공회의소가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1분기보다 2포인트 떨어진 75로 집계됐다. 100 이하면 다음 분기 경기가 지난 분기보다 악화할 것으로 본단 의미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대한 경기 전망이 가장 크게 악화했다.

고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