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30년' 끝났나…日부동산, 글로벌 큰손 움직인다 [김용남의 부동산 자산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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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모건스탠리는 약 1000억엔(약 1조172억원) 규모 일본 부동산 펀드를 조성하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2025년 6월 마감을 목표로 하는 이 펀드는 도쿄를 비롯한 주요 도시 핵심 자산인 오피스, 다세대 주택, 물류 시설, 호텔 등에 집중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는 단순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넘어, 일본 경제의 구조적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일본 최대 금융 그룹인 MUFG 또한 향후 3년간 1000억엔을 부동산 시장에 투입할 계획입니다. MUFG은행이 300억엔(약 3052억원)을 출자해 펀드를 설립하고 외부 자금을 유치해 규모를 2000억엔(약 2조351억원)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그동안 금융 중심이었던 MUFG가 직접 부동산 투자로 전략을 전환한 것은 일본 부동산 시장의 잠재력에 대한 강한 믿음과 장기적 수익 기반 확보 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러한 글로벌 자금의 움직임은 일본 경제의 회복세와 맞물려 있습니다. 일본은행이 2023년 3월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자산 가격 전반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2024년 전국 평균 토지 가격은 2.7% 상승해 199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 또한 긍정적 변수입니다. 관광 수요 확대는 호텔과 상업 시설에 대한 수요를 끌어올리며, 주요 도시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힐하우스 인베스트먼트, EQT, 워버그 핀커스, 브룩필드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일본 부동산 전문 인력을 확충하며 현지 인재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는 안정성 중심에서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을 중시하는 투자 전략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일본 상장사들도 자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유휴 부동산 매각에 나서고 있으며, 외국계 펀드에는 새로운 투자 기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복합 용도 개발, 리노베이션, 용도 전환 등을 통해 부동산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캐나다 브룩필드는 도쿄 메구로 가조엔 복합 단지를, 글로벌 사모펀드 블랙스톤은 도쿄 가든 테라스 키오이초를 인수하며 시장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다만 과열 우려도 존재합니다. 특히 호텔 섹터에서는 과도한 입찰 경쟁으로 수익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기준금리 인상은 자금 조달 환경을 악화시켜 가격 상승세에 제동을 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오피스 시장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도쿄의 오피스 공실률은 3.5%로, 뉴욕 맨해튼(14.7%)이나 런던(7.6%)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이는 일본 기업들이 인재 확보를 위해 교통 접근성이 좋은 현대식 사무실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2024년 일본 상업용 부동산 거래액은 4조6600억엔(약 47조42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으며, 도쿄 고급 주택 가격은 여전히 런던의 절반, 뉴욕보다 약 40% 낮은 수준입니다. 이는 일본 부동산의 상대적 저평가 매력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일본 부동산 시장은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기업 지배 구조 변화 등 복합적 요인 속에서 중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와 MUFG를 비롯한 글로벌 큰손들의 적극적인 투자는 일본 부동산의 미래 가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보여주는 동시에 경쟁 심화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이 기회를 포착함과 동시에 잠재적 위험 요인들을 면밀히 검토하며 신중한 전략 수립이 필요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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