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번째 마스터스 "이젠 놀라운 여정 그만둘 때"

'마스터스 은퇴' 베른하르트 랑거

68세 노장…두 차례 그린재킷
"최고 되려면 절제된 삶 살아야"
“몇 년 전 오거스타내셔널GC 관계자에게 ‘이전 챔피언의 마스터스 출전 자격에 나이 제한이 있냐’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라는 답을 들었는데, 정말 그렇더군요. 이제 그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독일 출신 ‘백전노장’ 베른하르트 랑거(68·사진)가 마스터스토너먼트에서 ‘라스트댄스’를 치른다. 랑거는 8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마스터스 개막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올해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마스터스에 출전하지 않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3승, 유러피언 투어 42승을 보유한 랑거는 두 번의 메이저 우승을 모두 마스터스에서 거뒀다. 1982년 처음으로 오거스타내셔널GC에 입성한 그는 1985년과 1993년 두 차례 그린재킷의 주인이 됐다. 지금은 시니어 무대인 챔피언스투어에서 압도적인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10일 막을 올리는 제89회 마스터스는 그에게 41번째 출전이자 마지막 대회가 된다. 그는 “이 코스는 나날이 길어지고 있고, 내 비거리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며 “어제 연습 라운드를 했는데 전장 7510야드의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경쟁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애초 랑거는 지난해 대회에서 마스터스 은퇴를 선언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출전 자체가 무산됐다. 그는 “올해 오거스타로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은 재활을 더 열심히 하게 만드는 동기가 돼줬다”고 말했다.

후배들을 위해 조언해달라고 하자 그는 “갈수록 골프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성장하고 있다. 최고의 자리를 원한다면 절제된 삶을 살면서 무언가 포기할 각오도 해야 하고, 완벽하게 헌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거스타내셔널GC 측은 이날 랑거의 커리어 하이라이트 영상을 선물하며 백전노장의 라스트댄스를 응원했다. 그는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자신이 걸어온 길을 지켜봤다. “500명이 사는 독일 안하우젠에서 여기까지 온 것은 놀라운 여정이었습니다. 평소 필드에 올라가면 저는 눈앞의 일에만 집중하는데 이번주에는 로프 밖에서 저를 응원하는 가족, 친구, 관중을 보며 복잡한 감정이 들 것 같군요.”

오거스타=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