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하늘 아래 가장 안전한 곳, 학교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
안토니오 가우디의 역작, 사그라다파밀리아 대성당 뒤편에는 자그마한 학교가 있다. 가우디는 성당보다 먼저 학교를 설계했다. 벽과 천장의 곡선미를 살린 가장 안전한 공간을 성당 건축현장 근로자의 아이들에게 내줬다. 그것이 성당의 미래를 완성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내 아이가 안전한 곳에서 안전하게 자라고 있다는 믿음이 험난한 건설 과정을 버티게 할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가우디 100주기인 내년에 사그라다파밀리아 대성당이 완공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뭉클해졌고 동시에 궁금해졌다. 150여 년 전 가우디가 그랬듯 우리도 안전한 학교로부터 위대한 미래를 일궈가고 있는지.

사람에겐 저마다의 레드라인이 있다. 어떤 상황에도 지켜야 하는 최후의 선, 내게는 학교 안전이 그렇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학교’라는 명제는 내가 정치를 하는 이유인 동시에 어떤 순간에도 타협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그렇기에 의정활동 우선순위에는 늘 교육환경 개선 사업이 자리했다. 불편하고 위험한 화변기, 일명 쪼그려 변기를 모두 교체하도록 조치했다. 석면과 같은 발암·유해 물질을 학교시설에서 제거했다. 아이들이 부상 위험 없이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인조 잔디 운동장 예산도 마련했다.

서울시의회 의장으로 당선된 후 가장 먼저 달려간 곳도 늘봄학교였다. 돌봄의 시간에도 교실 내 안전망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준비 상황을 살폈다. 두 달 후 재차 방문해 진행 현황을 평가했다. 대통령 관저 앞 시위로 아이들 통학길이 위험하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지체 없이 달려갔다. 돌봄교실이 진행 중인 만큼 자치경찰위원회와 협력해 안전대책을 더 촘촘히 가동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신념처럼 지켜온 ‘교실 속 안전’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맥없이 무너졌다. 봄을 코앞에 둔 2월의 어느 날 여덟 살 하늘이가 세상을 떠났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자신을 지켜줄 슈퍼맨이라고 믿었을 교사에 의해….

가짜뉴스보다 더 가짜뉴스 같은 현실 앞에서 망연자실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모두가 절망할 때 누군가는 무너진 신뢰의 탑을 다시, 단단히 쌓아야 했다. 안전한 학교 없이 아이들이 있는 미래도 없다. 우리는 뻔히 보이는 위험에도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이유를 다시 찾을 것이다. 당연할수록 맨 앞에 가야 할 우선순위가 너무 당연해서 뒤로 미뤄져 온 문제가 없는지 원점에서 재점검할 예정이다. 교육의 근간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예방과 책임 체계를 근본적으로 강화해 ‘교문 안 안전’을 다시 1순위로 되돌려 놓을 것이다. 내일이면 하늘이가 하늘소풍을 떠난 지 두 달이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약속한다. 너의 학교를 다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만들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