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美 함정 1위와 동맹 맺는다

1600조 美 군함시장 정조준

헌팅턴잉걸스와 기술 협력
HD현대重, 선박 건조기술 강점
헌팅턴은 함정 관련 기술 독보적

미해군 30년간 364척 구매해야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 대표(오른쪽)가 지난 7일 미국에서 브라이언 블란쳇 헌팅턴잉걸스 사장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제공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 대표(오른쪽)가 지난 7일 미국에서 브라이언 블란쳇 헌팅턴잉걸스 사장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제공
HD현대중공업의 미국 함정 수주 길이 열렸다. 외국 기업도 미국의 군함 건조와 수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이 미국의 최대 방위산업 조선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했다. 미 해군은 30년간 1조750억달러(약 1583조원) 규모의 군함을 구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美 최대 방산 조선사와 MOU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해양항공우주전시회(SAS) 2025’에서 헌팅턴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8일 발표했다.

헌팅턴잉걸스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로 미시시피주 패스커굴라에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만 1만 명이 넘는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 해군이 발주한 이지스 구축함 9척 가운데 6척을 수주했을 정도로 시장 장악력이 크다. 지난해 매출은 115억달러(약 16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5억3500만달러(약 7800억원)였다. 수주 잔액은 487억달러(약 71조7800억원)에 달한다.

MOU는 양사가 보유한 선박 관련 기술을 공유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방점이 있다. 예컨대 HD현대중공업은 선박 건조 기술, 헌팅턴잉걸스는 함정 관련 기술을 전수하는 식이다. HD현대중공업이 미국 현지 조선소의 생산 인력을 교육하고, 헌팅턴잉걸스의 미 해군 함정 기자재 공급망에 HD현대가 참여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1600조원 시장 열렸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295척인 군함을 2054년 390척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숫자만 보면 100척가량 증가하지만, 노후화된 군함도 있어 이를 고려하면 30년간 364척의 군함을 새로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기준으로 구매 비용만 1조750억달러(약 1583조원)에 달한다.

이 같은 조치는 해군력이 중국보다 못한 상황에 놓였다는 미 해군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의 해군 함정은 2000년 318척으로 중국(110척)보다 세 배 많았지만, 지난해 중국의 해군 함정이 370척으로 늘어나며 미국(295척)을 앞질렀다. 10년 뒤인 2035년 중국(475척)과 미국(317척)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미국은 함선을 늘릴 기술과 환경이 부족한 상황이다. 당장 주력 함정인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의 연간 건조 목표(5척)에 비해 실제 제작 능력은 1.7척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이지스급 구축함을 1년에 세 척 이상 건조할 수 있는 데다 건조 가격도 척당 1조원가량으로 미국(2조~3조원)의 절반 이하”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 및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 의회엔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 개정안 등이 상정돼 있다. 미국과 상호방위 조약을 맺은 인도·태평양 국가들이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하거나 부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미 의회는 군함의 해외 건조·수리를 금지한 ‘번스-톨리프슨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관련 법이 개정되면 HD현대중공업은 헌팅턴잉걸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 군함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 대표는 “혈맹인 한국과 미국의 대표 조선기업 간 협력을 통해 양국의 조선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안보 협력 강화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