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논란 종지부"…한화에어로 유증, 오너家 1.3조 참여

3.6조 조달 계획 전면 수정

일반주주엔 2.3조 배정…15% 할인
1.3조는 오너家 100% 소유한
한화에너지 등이 시가에 매입
"소액주주가 이득보는 구조"

공장 등 해외 거점에 6조 투입
"방산 투자 골든타임 안놓칠 것"
올 매출 30조·영업익 3조 목표
▶마켓인사이트 4월 8일 오전 11시 40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주배정 유상증자 규모를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축소한다. 그 대신 한화에너지 등 세 개 기업이 한화에어로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1조3001억원 규모로 참여한다.

이런 식으로 애초 계획한 전체 유상증자액(3조6000억원)은 유지하기로 했다. “한화에어로의 유상증자 자금이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활용된다”는 일각의 오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소액주주에게 유리한 유상증자 방안을 설계하면서 세계 방위산업 시장을 잡기 위한 투자금도 잡음 없이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유증 방식 전격 변경

한화에어로는 8일 정정공시를 통해 이렇게 변경한 유상증자 방안을 이달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화에어로는 당초 주주배정 유상증자로만 3조6000억원을 조달하려고 했지만, 이 중 1조3000억원은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포르에 배정하기로 했다. 한화에어로 일반 주주는 15% 할인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지만, 한화에너지 등 3사는 할인 없이 시가에 매입한다. 소액주주에게 유리하게 설계한 셈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에너지 대주주인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 등이 희생하고 한화에어로 소액주주가 이득을 보도록 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한화에어로가 지난 2월 한화에너지 등이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을 사들이면서 건넨 1조3000억원은 다시 한화에어로로 유입된다. 그동안 시장 일각에선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로 현금이 흘러가는 것에 대해 ‘승계용 자금’이라는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이날 유상증자로 승계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안병철 한화에어로 전략총괄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소액주주들께 충분히 설명해 드리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며 “경영상 옳은 길이라도 주주, 시민단체, 당국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진행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실적 목표 공개

김동관 부회장 / 김동원 사장 / 김동선 부사장
김동관 부회장 / 김동원 사장 / 김동선 부사장
한화에어로는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3조6000억원)과 영업이익 및 차입 등(7조4000억원)을 통해 마련한 실탄으로 세계 곳곳에 방산 설비와 조선소 등을 짓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출범 이후 각국이 국방비를 늘리는 전례 없는 호황을 놓쳐선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한화에어로는 동유럽·사우디아라비아 방산 합작 공장, 미국 탄약 공장, 유럽 유도탄·탄약 공장, 해외 조선소 투자 등에 6조2700억원을 쓸 계획이다. 또 에너지저장장치(ESS), 항공 엔진, 무인기, 인공지능(AI) 등 연구개발(R&D)에 1조5600억원을 투입한다. 지상 방산 인프라에는 2조2900억원, 항공 엔진 생산 설비엔 9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한화에어로와 한화오션은 액화천연가스(LNG) 트레이딩, 해운 합작사 설립 등 신규 투자도 검토 중이다.

한화에어로는 이날 올해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매출(11조2401억원), 영업이익(1조7319억원)보다 각각 166.9%, 73.2% 늘리기로 했다. 한화오션 실적이 올해부터 연결로 잡히는 데다 환율 효과가 커진 점을 반영했다. 또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공수(工數·작업에 필요한 인원을 근로 시간으로 표기)가 줄어든 것도 이익 확대에 보탬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상증자 방안 변경, 실적 목표 공개로 이날 한화에어로 주가는 전날보다 8.72% 오른 69만8000원에 마감했다.

김형규/김우섭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