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사형 집행해야"…'흉악범' 생명권 논의 불 붙을까

홍준표 대구시장 / 사진=뉴스1
홍준표 대구시장 / 사진=뉴스1
사형집행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워 온 홍준표 대구시장은 8일 "흉악범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우리 국민을 지키려면 확정된 사형수는 반드시 형사소송법에 따라 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사형 집행 반대론자는 사형수 생명권을 존중한다고 하면서 반대하지만, 피해자들의 생명권은 존중돼야 할 생명권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법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생명권만 보호해야 한다"며 "사람이기를 거부한 흉악범에게도 생명권을 주장하는 사회는 혼란과 무질서만 초래하고 유사한 흉악 범죄는 반복된다"고 주장했다.

홍 시장은 사형을 집행하는 다른 국가를 언급하며 "미국과 일본이 매년 사형 집행을 한다고 해서 인권 후진국인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대전 초등학생 하늘 양을 살해한 교사 명재완의 신상이 공개된 후에도 "살인사건이 발생한 후 신상 공개까지 30일이 걸렸다"며 "중범죄자 신상은 그 자의 범행임이 확인된 즉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왜 우리나라는 범죄자 신상을 공개하는데 범죄자에게 의견을 묻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일본의 경우 중범죄자는 즉시 신상을 공개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역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사형 집행이 시급하다"며 "우리나라에서 사형이 마지막으로 집행된 지 30년이 흘렀는데, 이 때문에 이런 끔찍하고 엽기적인 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본다. 사형을 집행하게 되면 지금보다 흉악 범죄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살인자는 타인의 생명권을 박탈한 자들인데, 이들의 생명권을 보장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한편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인 홍 시장은 오는 11일 퇴임식을 할 계획이다. 대선 출마 선언은 오는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다.

사형은 형법 제41조에서 형벌의 종류로 명시돼 있지만 한국은 1997년 12월 30일 23명에 대한 사형 집행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1996년과 2010년 사형제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2015년 이후 사형 확정 판결은 없는 상태다.

국내 최장기 수감 사형수는 1992년 10월 발생한 '원주 왕국회관 화재 사건'의 범인 원언식이다. 원언식은 아내와 종교 문제로 갈등하다가 아내가 있던 종교시설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여 15명을 죽게 하고 25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1993년 11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최고령 사형수는 2007년 전남 보성에서 성추행을 목적으로 대학생 커플 등 4명을 선상에서 무참히 살해한 어부 오종근이다. 범행 당시 69세였던 오종근은 바다 한가운데 선상에서 여학생들을 성추행하려다 반항하자 바다에 빠뜨린 후 살해했다. 바다 한가운데서 벌어진 범행이었으나 피해자가 사망 직전 보낸 문자 메시지로 범행이 드러났다.

최연소 사형수는 2011년 강원도 해병대 부대에서 총기를 이용해 4명을 살해하고 2명을 다치게 한 김민찬이다. 김민찬은 2011년 7월 평소 앙심을 품고 있던 동료 해병대원들을 조준 사격해 죽거나 다치게 했다.

이밖에도 과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살인범들도 다수도 사형수에 포함됐다.

1994년 5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부모를 무차별적으로 살해한 박한상은 유복한 부모 밑에서 자랐으나 빚을 갚아주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부모를 흉기로 난자하고 집에 불을 질렀다. 부모의 재산을 노리고 영화 ‘공공의적’의 악역 조규환의 모티브가 됐던 박한상은 도박 등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꾸중을 듣자 앙심을 품고 살해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1995년 8월 사형 확정판결을 받았다.

또 막가파 두목이었던 최정수도 사형수 명단에 포함됐다. 1996년 범행 당시 21살에 불과했던 그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남성 9명으로 구성된 막가파를 결성한 후 40대 여성을 납치해 금품을 빼앗고 생매장해 살해했다. 1999년 1월 강원도 삼척의 한 외진 도로에서 자신이 탄 차량을 추월했다는 이유로 사냥용 엽총을 발포해 신혼부부를 살해한 정형구도 20년 넘게 사형수 신분으로 복역 중이다.

연쇄살인범 여럿도 아직 생존해있다. 10억원을 벌겠다며 1999년 6월부터 2000년 4월까지 부산 등지에서 9명 등 총 10명을 강도살해한 정두영, 정두영을 모방해 2003년 9월부터 2004년까지 무려 20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유영철, 경기 서남부 등에서 10명을 죽인 강호순도 미결 사형수로 남아 있다.

아울러 2001년 12월 아내와 의붓딸을 비롯한 자녀 3명을 살해한 김중호, 2002년 4월 카드빚을 갚겠다며 공범과 함께 위장 택시를 이용해 여성 6명을 유인해 살해한 허재필, 2006년 내연녀와 결합하고 보험금을 챙기기 위해 아내와 초등학생 자녀 2명을 청산가리로 살해한 장기수도 포함됐다.

가장 마지막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사형수는 22사단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인 임도빈이다. 전역을 3개월여 앞뒀던 임도빈은 2014년 6월 주간 경계근무를 마치고 GOP에서 동료 군인들을 향해 K2소총을 난사해 5명을 죽이고 7명을 다치게 해 2016년 2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그 이후로는 법원이 사형 선고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사형 판결 자체가 극히 드물어졌다.

예를 들어, 2019년 창원 아파트 방화 및 흉기 난동 사건(안인득 사건)에서는 1심과 2심에서 사형이 선고되었으나, 대법원이 2020년 10월 29일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하며 사형을 확정하지 않고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바 있다.

이는 사형제에 대한 사회적 논란과 집행 중단 상태가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 사형 확정자 수는 2023년 기준 약 59명(민간인 55명, 군사형수 4명)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마지막 사형 집행은 김영삼정권 시기인 1997년 12월 30일이다. 김대중정부 이후 25년째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으며 국제적으로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세계적 인권운동단체인 국제 앰네스티는 2007년 우리나라를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했다. 또 2009년 유럽평의회 회원국 및 기타 국가 간의 형사사법공조협약 및 범죄인인도협약에 가입해 사형을 선고하더라도 집행할 수 없게 됐다. 유럽연합(EU)은 ‘사형 존치국’과는 경제적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일부)과 일본 등에서는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다. 사형정보센터(DPIC)가 발표한 ‘2023 사형 연말 보고서’에 따르면 텍사스, 플로리다, 미주리, 오클라호마, 앨라배마 등 5개 주에서는 사형을 집행했다. 또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루이지애나, 노스캐롤라이나 등에서는 사형 선고를 내렸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