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에도 무자비한 트럼프…對美 관세 0% 제안마저 "충분치 않다"
입력
수정
지면A4
네타냐후·이시바와 대화서 드러난 美 상호관세 전략
동맹에 얻어낼 것 더 많다 판단
네타냐후와 회담 후 "인하 안해"
이시바도 트럼프와 통화서 '빈손'
'관세 4배는 오해' 해명 안 통해
"트럼프에 제시할 카드 준비해야"

◇정상회담 후에도 “인하 안 해”

이어 백악관이 각국 협상을 위해 상호관세를 90일 중단할 수 있다는 관측과 관련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2일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후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았다. 그만큼 양국이 가까운 관계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요지부동으로 일관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1985년 미국과 처음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다. 지난해 미국은 이스라엘에 148억달러어치를 수출하고 222억달러어치를 수입해 74억달러 무역적자(상품 교역 기준)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이시바 총리는 25분간 이뤄진 통화에서 일본이 5년 연속 세계 최대 대미 투자국이라는 점과 미국의 관세 조치로 일본 기업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취재진에 밝혔다. 하지만 소득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관세 제안도 줄줄이 거절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거의 70개국이 (협상을 위해) 접근해 왔다”면서 “바쁜 4~5월이 될 것이며 아마 6월까지 바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 열려 있다면서도 “관세는 영구적일 것”이라는 모호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베트남이 대미 관세를 0%로 낮추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데 이어 유럽연합(EU)은 이날 미국에 자동차와 산업재 같은 공산품 교역을 서로 무관세로 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고문은 “충분하지 않다”는 부정적인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상대의 몸이 달아 레버리지가 극대화될 때까지 협상 타결을 미루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한도의 레버리지를 확보했을 때 기꺼이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산 에너지 수입 강조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는 한 가지 협상 실마리는 미국산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구입이다. 이로써 무역적자를 줄이고 미국산 에너지의 초과 수요를 발생시켜 가격을 띄우려는 구상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EU 제안에 관해 “EU는 우리를 나쁘게 대해 왔다”며 “우리에게서 에너지를 사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그들은 그걸 살 수 있고, 그러면 한 주에 3500억달러를 (무역적자에서) 덜어낼 수 있다”고 했다.비관세 장벽 제거도 중요한 협상 포인트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한국과 일본을 콕 집어 비관세 장벽이 높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 등을 대표적 비관세 장벽으로 거론해 왔다.
실무진 협상에 힘을 빼기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종적으로 제시할 ‘한 방’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도 워싱턴 외교가가 지금까지 얻은 교훈이다. 외교 관계자는 “장관급 회동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되는지 잘 모르겠다는 분위기”라며 “결국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 한 명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