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50% 위협에 中 "싸울 것"…美·中무역전쟁 장기화 우려

中,위안화 약세 용인으로 수출 경쟁력 제고 시도
증시부양책과 내수 진작 추진도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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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트럼프의 또 다른 50% 관세 위협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나서면서 세계 2대 경제대국간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위험이 커졌다.

8일(현지시간) 중국 상무부는 트럼프의 50%관세 추가 위협에 대해 성명을 통해 “미국이 고집한다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몇 시간전에 중국이 트럼프가 부과한 34% 관세에 대해 동일한 34%의 보복 관세 부과 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 50% 관세를 추가하겠다고 위협했다.

중국 당국은 이와 함께 위안화 약세 용인과 증시 안정화 조치 등 시장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중앙은행은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위안화 통제를 풀고, 국영지주회사 및 국영 투자회사들은 주식 매수에 나섰다. 정부 관리들은 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출을 조기 집행하고 경기 부양책을 조기 집행하는 것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날 1997년 이후 최대 하락했던 홍콩 항셍지수는 이 날 3.7% 급등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날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당 고정 환율을 1위안당 7.2038달러로 정했다. 위안화는 당국의 약세 용인 발언에 역내 거래에서 2023년 9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역외 거래에서도 2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당국의 위안화 약세 용인은 트럼프 관세 인상의 영향을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

소시에테 제네럴의 중국 경제학자 미셸 람은 “투자자들이 두 나라간 무역 분리에 대비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가 전 날 언급한 50%의 추가 관세는 9일부터 발효되는 34%의 상호 관세와 올해초에 시행된 20% 인상에 더해진다고 밝혔다. 이 경우 올해 중국 상품에 대한 누적 관세율은 104%로, 사실상 미국에 운송되는 모든 중국 제품의 가격이 두 배로 오르게 된다.

중국 정부는 관세가 수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하면서 국내 소비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지난 해 중국 경제 성장의 3분의 1을 수출이 차지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8개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전 날 420억위안(8조4,400억원)이 순유입됐다. 이와 함께 정부 통제 하에 있는 상장 기업 중 상당수가 자사 주식 매수 계획을 발표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규제 기관도 이 같은 움직임을 장려했다. 중국의 국유자산 규제기관은 이 날 국유기업이 시장 안정에 기여하도록 지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기관은 보험사의 주식 투자 한도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탠다드차타드 중국 및 북아시아 담당 수석 경제학자인 딩 슈앙은 “중국에 대한 관세는 65% 수준에서 추가 인상의 한계 효과는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중국의 대부분의 대미 수출이 영향을 받았고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상품은 관세가 아무리 높아져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블룸버그가 입수한 중국 교통부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누적 항만 화물량(MMT)과 누적 항만 컨테이너 물동량( TEU), 국제화물편은 올해초 감소세를 보였으나 3월 이후로 회복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성명에서 그럼에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대화를 촉구했다. 긴장이 고조되면서 트럼프와 시진핑 사이의 통화 가능성은 낮아졌다. 트럼프는 2기 행정부를 시작한 이후 아직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지 않았다.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중국과 통화하지 않은 가장 긴 기간으로 기록됐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