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맞서 밀착…EU-中, 7월 정상회담
입력
수정
지면A4
'수교 50주년' 관계개선 모색유럽연합(EU)과 중국이 오는 7월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차별 관세 전쟁이 격화하면서 세계 무역질서가 흔들리자 EU와 중국이 발 빠르게 관계 모색에 나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트럼프 관세를 두고 어떤 협력 방안을 모색할지 주목된다.
中 수출물량 과다유입 우려에
EU "무역전쟁 확전 자제해야"
中, 관세 쇼크 틈타 동맹 확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8일 리창 중국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7월 열릴 EU·중국 정상회담은 양측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적절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U와 중국 간 정상회담이 하반기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릴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시기가 공식적으로 언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집행위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리 총리가 이날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며 “세계 경제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했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과 EU가 만나기로 한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두 나라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대한 EU의 고율 관세 부과 결정과 이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 등으로 삐걱거렸다. 올 들어선 왕이 중국 외교장관의 유럽 순방에 이어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 등 유럽의 고위급 인사가 잇따라 베이징에 발걸음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립주의 행보에 중국이 미국 동맹국들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글로벌 리더십 확대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EU도 중국발(發) 과잉 생산과 불균형한 무역수지 조정은 필요하지만 중국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집행위는 “미국 관세에 따른 광범위한 혼란에 대응해 세계 최대 시장인 유럽과 중국이 자유롭고 공정하며 공평한 경쟁 환경을 기반으로 개혁된 무역 체제를 지원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중국의 대미 관세 대응과 관련해 “협상을 통한 해결책이 필요하며 확전을 피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특히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양자 무역 재균형과 유럽 기업 및 제품, 서비스의 중국 시장 접근성 개선을 위한 구조적 해법의 시급성도 재차 강조했다. 관세로 발생할 수 있는 무역 전환, 특히 전 세계적인 과잉 생산의 영향을 받는 분야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는 미국 관세를 피하려는 중국 수출 물량이 유럽에 대량 유입되지 않도록 협력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EU는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중국산 제품이 유럽에 밀려드는 걸 막고자 긴급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EU 고위 외교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중국은 과잉 생산 기반의 수출 모델을 쉽게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더 많은 산업에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EU·중국 정상회담이 브뤼셀에서 열리는 만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브뤼셀을 찾을지도 관심사다. 과거 브뤼셀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엔 대체로 중국 총리가 나섰고, 시 주석은 중국에서 회담이 열릴 때만 참석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